2023.5.24. 레위인의 성읍과 도피성 (민수기 35:1-21)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가나안 땅을 주시기로 약속 하셨습니다. 출애굽 한 지 약 40년이나 가까이 되었습니다. 이제 요단 강 하나만 건너가면 바로 약속의 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면 각 지파 별로 땅을 분배 받도록 하셨습니다. 그 동안 광야에서 아무것도 없이 살아온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농작물을 심고, 추수의 기쁨을 맛 볼 수 있는 땅을 기업으로 받는다는 것은 매우 복된 일 입니다.

그러나 열 두 지파 가운데 레위 지파만큼은 땅 분배 대상에서 제외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레위 지파 사람들이 제사 지내는 일을 도맡아 하도록 구별해 놓으셨습니다. 따라서 레위 다른 지파 사람들처럼 땅에서 농사 짓고 일해서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들의 기업이 되사 나머지 이스라엘 자손들이 제사 드릴 때 가지고 오는 제물을 통해 그들이 먹고 살도록 하셨습니다. 이는 레위지파 사람들이 먹고 사는 일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하나님을 섬기기 위한 제사 드리는 데 그들의 삶이 헌신 되도록 하기 위함 입니다. 또한 레위 지파에게는 하나님의 율법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가르칠 의무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가나안의 한 지역에 모여서 살 것이 아니라, 열 두 지파의 땅 곳곳에 흩어져서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말씀으로 교육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레위인들도 거주할 집은 필요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먹고 자고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 했습니다. 따라서 하나님은 오늘 본문 말씀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들이 받은 기업 가운데서 레위인들이 거할 성읍을 떼어 주고 그 성읍 주변을 두르고 있는 초원은 레위인들의 소유가 되게 하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2-3절 말씀을 함께 읽겠습니다. “(민 35:2) 이스라엘 자손에게 명하여 그들의 얻은 기업에서 레위인에게 거할 성읍들을 주게 하고 너희는 또 그 성읍 사면의 들을 레위인에게 주어서 (민 35:3) 성읍으로는 그들의 거처가 되게 하고 들로는 그들의 가축과 물산과 짐승들을 둘 곳이 되게 할 것이라” 이처럼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각 지파가 저마다 소유한 성읍과 그 성읍 주변의 초지를 레위인에게 주어 그들이 이스라엘 전역에 퍼져 제사 드리는 일과 율법 가르치는 일을 감당하게 하신 것이죠. 이러한 레위인들의 사역을 통해 이스라엘이 영적으로 흐트러지지 않고 하나님을 올바르게 섬기는 민족이 되기를 원하셨습니다.

만일 살인자가 고의적인 살인을 저지른 경우, 구약 율법에 의해 그 사람 역시 죽음에 처해야 했습니다. 따라서 오늘 말씀 16-18절을 보시면 철이나, 돌이나, 사람을 죽일 만한 나무 연장을 손에 들고 사람을 치거나 찔러 죽인 사람은 다 죽음에 이르는 형벌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사람들 입니다. 물론 결과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이 사람들의 행위 때문에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어떠한 악의도 원한도 없었고, 말 그대로 실수로 일어난 살인 사건 입니다. 한국의 경우 우발적 살인은 ‘정상참작’을 통해 형량이 낮아 집니다. 그러나 독일의 경우 우발적 살인이라 할지라도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우발적인 살인을 어떻게 다루셨을까요? 바로 이 우발적 살인사건을 다루는 문제가 오늘 본문에 나오는 ‘도피성’ 입니다. 먼저 도피성에 대해서 알아 보겠습니다. 도피성은 이름 그대로 도피처로 삼을 성을 이야기 합니다. 총 6개의 성을 지정 했는데요. 요단강을 기준으로 서쪽에 3개, 동쪽에 3개를 도피성으로 지정 했습니다. 이는 이스라엘 영토 어느 곳에 있던지 가까운 곳에 위치한 도피성으로 도망칠 수 있도록 위치를 잡아둔 것입니다. 이 도피성은 우발적 살인을 한 자를 그에게 피의 복수를 하려는 사람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지정된 성읍 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부지 중에 일어난 살인, 즉 우발적 살인에 대해서는 바로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우발적 살인을 저지른 자가 정말 억울한 죽음을 맞게 될 수도 있기 때문 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정확한 재판을 통해 가해자의 행위에 살인 동기가 있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재판을 받기까지 피의 복수자들로부터 우발적 살인을 저지른 가해자를 보호하는 시설이 바로 도피성인 것이죠.

앞서 제가 도피성이 총 6개가 있다고 말씀 드렸는데요, 이 성읍들은 모두 레위인이 소유한 곳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각 지파에 속한 영토를 도피성으로 지정하게 되면 아무래도 재판 판결이 특정 지파에 속한 사람에게 유리하게 흘러 갈 수도 있기 때문 입니다. 또한 영적 지도자들인 레위 지파 출신의 제사장들을 통해 백성들 안에 일어난 삶의 문제를 처리하고,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도록 하신 것입니다.

15절 말씀을 보면 이 도피성에 들어갈 수 있는 자에 대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여기에는 이스라엘 자손 뿐만 아니라 타국인, 이스라엘에 거류하는 자도 포함 됩니다. 즉 이방인인 경우도 가능한 것이죠. 즉 모든 사람에게 도피성은 열려 있는 셈 입니다. 부지 중에 살인을 범한 자라면 누구라고 도피성을 통해 정당한 재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는 민족과 출신지 그리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든지 억울한 죽음을 당하지 않고 끝까지 정의롭게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신 하나님의 은혜 였습니다.

이 도피성에서 벌어진 재판을 통해 살인 사건에 고의성이 있었고 살인을 저지를 의도가 있음으로 밝혀지게 되면 그 때에는 살인자가 사형에 처하게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게 되면 여러가지 이익 문제로 인해 서로 충돌하게 될 것과 여러가지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미리 알고 계셨습니다.

그리하여 이스라엘 백성들이 살인이란 큰 죄를 하나님의 백성답게 해결하기를 바라셨습니다. 살인 사건의 경우 고의성 여부를 중점적으로 판단하여 사건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신 것이죠. 또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사람의 경우에도 사형을 당하거나 억울한 누명을 쓰지 않도록 기회를 주셨습니다.

만일 도피성이 없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이스라엘 영토 내에서 여기저기 복수의 칼이 끊임없이 피에 젖어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기 때문 입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이 살인 사건을 다룸에 있어서조차 복수로 쉽게 상대방을 죽이는 피비린내 나는 무질서한 땅이 아니라, 하나님의 법대로 질서 있게 통치 받는 거룩한 백성으로 살아가기를 원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도피성은 상대방의 실수와 잘못에 대해서 그들의 행동 이면에 숨겨져 있던 동기와 고의성을 밝히기까지 기다려 줄 수 있는 자세와 마음에 대해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섣불리 눈에 보이는 결과에만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이나 행동에 담겨 있는 의도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도피성이 무분별한 살인과 복수를 막는 장치가 되었듯이, 우리도 상대방에 대한 미움과 분노에 대해 넉넉하게 돌아 볼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상대방의 실수와 잘못을 무조건 덮어주라는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미움은 또 다른 미움을 낳게 합니다. 분노는 우리로 하여금 더 큰 죄를 짓도록 만듭니다. 따라서 하나님께 우리를 대하여 인내하시고 오래 참아 주신 것과 같이 우리들도 할 수 있는 대로 서로에 대해 사랑과 이해, 그리고 인내로 대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십자가의 사랑으로 우리들을 용서하신 그리스도의 사랑을 기억하며, 우리 역시 사랑과 용서의 태도로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는 귀한 하루가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