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19 호숫가에 차려진 밥상 (요한복음 21장 1-14절)

오늘 본문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 사건이며 동시에 아직 오순절 성령께서 오시기 전에 일어난 일입니다. 오늘 본문은 제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세 번째로 만나는 장면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제자들이 해야 할 일은 고기를 잡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하나님께로 인도하는 일, 즉 사람을 낚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아직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자로서 자신들이 감당해야 복음 증거의 사명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후 곧바로 교회를 세우고 복음을 증거하는 사역을 하지 않았고, 도리어 갈릴리 바다에서 고기를 잡고 있었습니다. 시몬 베드로, 디두모라는 별명을 가진 도마, 갈릴리 가나 사람 나다나엘, 세베대의 두 아들 요한과 야고보, 그리고 우리가 정체를 정확하게 알 수 없는 두 명의 제자들도 그들과 함께 있었습니다. 이처럼 일곱 명의 제자들이 디베랴 바다에서 고기를 잡으려 떠났습니다.

성경학자들에 의하면 갈릴리로 가서 예수님을 기다리라는 천사의 지시에 따라 다시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서 자신들의 고향 갈릴리로 돌아왔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다시 오시기 전에 잠시 동안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의 원래 직업이었던 어부로 돌아가서 함께 고기를 잡고 있었습니다. 디베랴 바닷가는 어두운 밤에 고기가 가장 많이 잡히는 시간입니다. 낮에는 햇빛이 뜨거워서 물고기들이 비교적 시원한 물 밑 깊숙이 들어갔다가, 해가 지고 서늘한 밤이 되면 수면 가까이로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자들도 어두운 밤이 되었을 때 고기를 잡았습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제자들은 밤새도록 고기를 잡으려 했으나 한 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지금 이 배 안에는 갈릴리 바다 어부 출신이 베드로, 요한, 야고보 이렇게 최소 세 사람이나 있습니다. 그러나 밤새도록 그물질 했어도 아무런 수확이 없었습니다. 밤새도록 파도에 흔들거리는 배 위에 서서 그물을 배 밖으로 던지고 걷는 일은 얼마나 고된 노동이겠습니까? 따뜻한 태양이 비추는 대낮이 아닌, 날카롭고 추운 바다 바람을 온 몸에 정통으로 맞서 싸워가며 밤을 샌 제자들이었습니다.

고기라도 많이 잡혔더라면, 보람이라도 있고, 피곤도 덜 할 것입니다. 하지만 빈 그물만큼이나 제자들의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였습니다. 새벽이 이르자 몸은 몹시도 지치고 배가 허기진 제자들이었습니다. 그 새벽 이른 시간, 부활하신 예수님은 호숫가에 서 계셨습니다. 제자들은 그 분이 예수님이신 줄 전혀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배와 뭍의 거리가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든지, 아니면 새벽이라 물 안개가 있었든지, 또 아니면, 아직 어두움이 다 사라지지 않은 새벽 시간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제자들은 해안가에 서 계신 분이 예수님이신 줄 전혀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밤새도록 고기를 잡았으나 아무 고기도 잡지 못한 베드로와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물으셨습니다. “얘들아, 물고기를 좀 잡았느냐?” 제자들은 물으신 이가 예수님이신 줄도 모르고 대답했습니다. “한 마리도 잡지 못했소.” 그러자 예수님께서 또 말씀하셨습니다.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를 잡을 것이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밤새도록 애를 써도 물고기 한 마리도 잡지 못했던 제자들인데, 예수님 말씀대로 그물을 오른편에 넣다 꺼내자 잡은 고기가 너무 많아 그물을 배 안으로 끌어 올릴 수가 없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이 때 제자 중 한 사람이 베드로에게 외쳤습니다. “주님이시다!” 베드로는 예수님이란 말을 듣자 마자, 벗고 있던 겉옷을 몸에 두르고는 물로 뛰어 들었습니다.

오늘 이 본문은 누가복음 5장 1-11절 말씀을 상기시킵니다. 바로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찾아오셔서 그를 제자로 부르시던 바로 그 장면입니다. 그 날도 베드로는 밤새도록 고기를 잡으려고 애를 썼으나 아무것도 잡지 못했습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그물을 씻고 집에 가려던 그를 예수님께서 붙잡으시고,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리라”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때 베드로는 “주님 밤이 새도록 그물질 했으나 잡은 것이 없지만은, 제가 주님의 말씀에 의지하여 그물을 내려보겠습니다.”하고 순종하자 배가 가득 차도록 많은 물고기를 잡았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베드로는 예수님의 능력을 보고 그가 주님이심을 깨닫고 그 앞에 엎드렸습니다. 또한 그 후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가 되었습니다.

왜 예수님께서는 누가복음 5장에서 베드로를 처음 부르시던 그 때와 비슷한 상황을 연출하고 계신 것일까요? 베드로가 예수님께서 잡히시던 밤, 주님을 모른다고 세 번 부인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부인했던 베드로를 책망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그에게 다시 한번 제자로서 살아갈 수 있는 기회와 은혜를 베푸시기 위하여 베드로를 찾아오셨습니다.

제자들이 타고 있던 배는 해안가에서 약 90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습니다. 그들은 고기가 가득한 그물을 당기며 배를 저어 호숫가에 배를 댔습니다. 제자들이 땅에 내려 보니 예수님께서 숯불을 피워 두셨습니다. 게다가 숯불 위에는 맛있는 생선이 놓여 있었고, 빵도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밤새도록 바다 위에서 고기를 잡느라 녹초가 된 제자들을 먹이기 위해서 주님께서 친히 밥상을 준비해 주신 것입니다.

그 때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방금 전에 잡은 생선을 가지고 오너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에 베드로가 배에 올라가 그물을 호숫가로 끌어당겼습니다. 그물 안에 있던 물고기를 새어 보니 153마리나 되었습니다.

제자들 틈 사이에 섞여 있는 베드로의 표정을 한 번 상상해 보십시오. 예수님을 세 번이나 부인했는데 얼마나 부끄러웠겠습니까? 오늘 이 모든 세팅은 그가 처음 예수님의 제자로 부르심을 받았던 바로 그 장소이며, 바로 그 시간입니다. 그가 처음에 갈릴리 바다에서 이른 아침에 제자로 부름 받았던 것처럼, 예수님은 베드로를 또 다시 그의 제자로 살아가도록 초청하시기 위하여 찾아오셨습니다. 다른 제자들의 표정도 한 번 상상해 보십시오. 칼과 몽둥이를 들고 온 로마 병사들과 성전 경비병들에게 예수님 잡혀 가시던 날 밤 그들 모두 뒤도 안 돌아보고 예수님 곁을 떠났습니다. 그들 역시 어떻게 예수님 앞에서 고개를 들고 있을 수 있을까요?

그럼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어떻게 반응하고 계십니까? 예수님은 자신을 부인한 베드로와 자신을 버리고 도망친 제자들에게 화를 내고 계실까요? 아니요. 주님은 실패하고 낙심한 제자들을 책망하지 않으셨고, 오히려 그들을 위하여 아침상을 차리시고 그들을 초대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지치고, 허기진 제자들에게 “와서 아침 식사를 하여라”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주님께서 준비해 주신 위로의 밥상이었으며, 아직도 제자들을 이전과 같이 사랑하고 계심을 보여주는 은혜의 밥상이었습니다. 이처럼 주님은 제자들에게 밤새 추위와 배고픔에 떤 제자들에게 따뜻한 불과 맛있는 음식을 친히 준비하시고, 그들에게 위로를 베푸시고, 함께 교제를 나누셨습니다. 제자들은 지금 자기들 눈 앞에 계신 이가 부활하신 예수님이심을 알았기에 아무도 그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즉 그들은 이제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음을 확신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친히 제자들에게 빵도 주시고, 생선도 주셨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사람은 연약하기에 넘어지고 또 넘어집니다. 실패를 경험하고 좌절과 낙심의 순간도 찾아옵니다. 그러나 우리에겐 여전히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영원토록 우리 곁으로 찾아오시고, 또 우리에게 힘주시는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가 계십니다. 그 분이 오늘 이 아침에도 여러분을 주님의 위로의 밥상, 은혜의 밥상으로 초대하고 계십니다. 이 아침 주님 앞으로 나오셨으니, 주님께서 주시는 힘과 위로를 받으십시오. 다시 함께 하자는 주님의 은혜의 초대를 받아서 다시 일어나십시오. 실패하고 넘어진 우리를 다시 일으키시고 여전히 주님의 제자로 살아가도록 부르신 주님께 감사 찬송을 드리며, 오늘 이 하루 주님과 함께 살아가는 저와 여러분 되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