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24 가난한 자들을 위한 정결 의식 (레위기 14장 21-32절)

 

나병이 걸린 사람은 이스라엘 진영 밖에 가서 살아야 했습니다. 그후에 그가 다시 나병 완치 판정을 받게 되면 진영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진영으로 돌아온다고 해서 곧바로 하나님께 제사를 드릴 수는 없었습니다. 진영에 돌아온 지 8일이 되어야, 비로서 완치자는 제물을 가지고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성막에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한 번 이 사람의 심정을 헤아려 봅시다. 어느 날 찾아온 심각한 악성 피부병으로 인해 공동체와 분리되어 살아야 했습니다. 나병 환자라는 이유로 사랑하는 가족을 뒤로하고 언제 다시 돌아올지도 기약할 수 없는 채 이스라엘 진영 밖으로 쫓겨날 때의 심정이야 말 그대로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진영 밖에서 격리 생활을 하는 동안, 그의 곁에서 나병 증상이 날이 갈수록 악화되어 병을 앓다가 죽어가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을 것입니다. 얼마나 진영 안으로 돌아가고 싶었을까요? 사랑하는 가족들, 친구들 얼굴도 보고 싶고, 하나님 계신 성막에 가서 제사도 함께 드리고 싶었을 것입니다. 진영 안에서 유월절 같은 축제의 절기를 지키는 날에는 그 소외감과 외로움은 더욱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그를 그토록 괴롭히던 나병이 사라졌습니다. 제사장에게 몸을 보여주고,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진영 안에 들어와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기 위하여 7일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두 번 다시는 보지 못할 줄 알았던 하나님 계시는 성막 앞에 서 있습니다. 나병이 완치된 자가 느낀 감사와 감격은 이루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을 것입니다.

나병에서 완치된 사람은 하나님 앞에 나와 숫양 두 마리로 속죄제와 속건제를 드려야 했습니다. 또한, 암양 한 마리로 번제를 드려야 합니다. 그게 다가 아닙니다. 소제로 밀가루 3/10 에바, 오늘날로 말하면 약 6.5리터의 밀가루와 기름 0.5 리터를 드려야 했습니다. 만일 악성 피부병에서 완치된 사람이 가난한 사람이어서 제사를 드리기 위한 세 마리의 짐승을 구할 형편이 아니면 어떻게 될까요? 오늘 본문에서 하나님은 가난한 자가 완치된 경우, 그가 드릴 제물을 따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21-22절 말씀을 보면, 속건제의 경우는 숫양 한 마리를 드리지만, 속죄제와 번제는 각각 비둘기를 대신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소제로 바칠 곡물도 3/10 에바가 1/10에바만 가져오면 됩니다. 이는 6.5리터의 곡물에서 2.2리터의 곡물로 줄어 둔 셈입니다. 이와 같이 하나님은 가난한 형편에 처한 사람도 나병이 나으면 제사를 드릴 수 있도록 만들어 주셨습니다.

비록 가난한 자가 드리는 제물이 양이 아닌 비둘기라 할지라도 하나님은 동일한 제사의 효과가 나타나도록 하셨습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제물 자체보다, 제사를 드리는 사람의 마음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신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어찌 소나 양이 필요하시겠습니까? 하나님께서는 주님께 나오는 자의 마음을 더욱 보기를 원하십니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도 마찬가지입니다. 화려한 찬양팀, 커다란 예배당은 아니어도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는 우리의 마음이 더욱 중요합니다. 예배를 드리는 인원이 적고 많음 보다, 내가 내는 헌금의 양이 많고 적음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바로 하나님 앞에서 예배 드리는 우리들의 마음입니다.

24절부터는 나병이 나은 자가 드리는 속건제에 대하여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악성 피부병에 걸렸다가 나은 이스라엘 백성이 진영 안으로 들어가서 하나님 앞에서 드리는 이 정결예식이 아론의 대제사장 취임식 때와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아론의 제사장 취임식 때의 모습을 한 번 찾아봅시다. 레위기 8장 23-24절 말씀입니다. “(레 8:23) 모세가 잡고 그 피를 가져다가 아론의 오른쪽 귓부리와 그의 오른쪽 엄지 손가락과 그의 오른쪽 엄지 발가락에 바르고 (레 8:24) 아론의 아들들을 데려다가 모세가 그 오른쪽 귓부리와 그들의 손의 오른쪽 엄지 손가락과 그들의 발의 오른쪽 엄지 발가락에 그 피를 바르고 또 모세가 그 피를 제단 사방에 뿌리고” 여기 말씀을 보면, 제사장이 취임을 위한 제사에 사용된 속건제물의 피를 제사장의 오른쪽 귀, 오른손의 엄지손가락, 오른발의 엄지발가락에 적셨습니다. 이는 제사장의 귀가 하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하여 구별되고, 제사장의 손은 의로운 일을 행하며 살아가도록 구별되고, 제사장의 발은 주의 길을 걷도록 구별됨을 암시했습니다. 귀, 손, 발에 피를 적시는 것은 그 사람의 온 몸 전체가 정결해졌음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늘 나병 환자의 완치 후 하나님께 드리는 정결예식의 모습이 바로 대제사장 취임식 때 나왔던 모습과 아주 흡사합니다. 25절 말씀을 함께 읽겠습니다. “(레 14:25) 속건제의 어린 양을 잡아서 제사장은 그 속건제물의 피를 가져다가 정결함을 받을 자의 오른쪽 귓부리와 오른쪽 엄지 손가락과 오른쪽 엄지 발가락에 바를 것이요” 25절 말씀을 보면 속건제물인 어린양의 피를 완치된 환자의 오른쪽 귓부리와 오른손 엄지 손가락과 오른발 엄지 발가락에 적셨습니다. 이 말씀 앞서 읽은 레위기 8장의 내용과 비슷하죠? 이는 나병에 걸렸다가 나은 자의 몸과 영혼이 하나님 앞에서 가장 거룩하게 서 있는 대제사장과 같이 정결하게 되었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레위기에서 말하는 부정케 하는 악성 피부병은, 오늘날 우리를 하나님과 믿음의 공동체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죄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한 때는 나병에 걸린 환자가 치유되어 거룩한 대제사장과 같은 삶으로 회복되는 모습은,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씻음 받은 사람이 주님 앞에서 거룩한 제사장과 같은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분명 가난한 자들도 정결예식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 주셨습니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예배를 드려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30절을 보십시오. “그의 힘이 미치는 대로…” 31절을 보십시오. “곧 그의 힘이 미치는 대로…” 아무리 가난해도 그가 하나님께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제사로 하나님 앞에 나오라고 주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영영 진영 밖에서 고립되어 나병으로 죽을 줄만 알았던 사람이 완치되었으니, 하나님께 대한 기쁨과 감사의 제사를 힘이 미치는 대로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오늘날 하나님 아버지께 드리는 우리들의 예배가 이와 같아야 합니다.  죄악으로 말미암아 죽을 수밖에 없었던 영적 나병 환자인 우리를,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의 보배로운 피로 씻어주시고 정결하게 해주셨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죽지 않아도 되고, 살아갈 수 있는 구원의 길이 열렸습니다. 이 놀라운 은혜를 주신 하나님이신데, 어찌 대충 예배하겠습니까? ‘힘이 미치는 대로’ 예배하는 것이 옳습니다. 우리를 모든 죄에서 건지시고, 우리의 죄를 다 사하시고, 우리를 하나님의 구원받은 백성으로 살아가게 하신 주님의 은혜를 날마다 힘을 다하여 찬양하고 감사드리며 예배하며 살아가는 저와 여러분 되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