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문 40-44절을 보면 대머리에 대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대머리는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탈모 현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일 그렇다면 대머리인 사람들, 탈모인 사람들이 다 부정한 자라는 오해를 하게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대머리는 나병의 증상 곧 악성 피부병으로 인한 탈모를 의미합니다. 사실 레위기 13장 전체가 나병 환자에 대한 진단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종기, 화상, 옴, 어루러기 등 다양한 피부에 나타나는 변화를 통하여 나병 환자를 진단하도록 하였습니다. 대머리라고 다 부정한 것은 아닙니다. 이 점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먼저 40-41절은 자연적인 탈모로 머리가 없는 사람들은 정한 사람들이라고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42절부터 머리에 희고 불그스름한 색점이 있는 사람은 나병에 의하여 대머리가 된 것이라 진단하고, 그런 경우 그를 나병 환자로 판단하라고 한 것입니다. 나병 환자로 판단 받은 경우, 즉시 옷을 찢고 머리를 풀도록 하였습니다. 성경에서 옷을 찢고 머리를 풀어 헤치는 것은 큰 재앙이나 슬픔을 당했을 때의 감정을 표현하는 외적 행동이었습니다. 45절에 ‘윗입술을 가리다’라는 표현은 성경학자들이 턱수염을 가리거나, 얼굴의 턱 부분 즉 하관을 가리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고대 근동에서 콧수염이나 얼굴의 하관을 가리는 것은 애도의 표시입니다. 일반적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은 악성 피부병은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심판의 결과라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옷을 찢고, 머리를 풀고, 애도의 표시로 윗입술을 가림으로써 하나님께 받은 심판에 대하여 슬픔을 표현하였던 것입니다. 또한 나병 확진을 받은 사람을 길을 걸을 때 스스로 ‘부정하다, 부정하다’하고 크게 외쳐야 했습니다. 이는 나병이 이웃들에게 전염될 수 있기에 사람들로 하여금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하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을 전염병으로부터 보호하고, 또한 이스라엘 진영을 정결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나병으로 확진된 자의 경우 즉각적으로 격리 조치를 취해야 했습니다. 그는 곧바로 진영 밖으로 나갔습니다.
사실 본문을 엄밀히 살펴보면 악성 피부병에 대하여 도덕적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모든 악성 피부병이 하나님의 심판의 결과라고 단정짓지는 않습니다. 이는 오늘날 질병에 걸린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의 심판을 받은 것으로 보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타락의 결과로 세상에 병과 고통이 들어왔습니다. 따라서 몸이 병들고 아픈 것은 죽음을 향해 가는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고대 사회에서 악성 피부병은 자주 관찰되던 질병이었습니다. 따라서 이스라엘 공동체는 악성 피부병을 진찰하고, 악성 피부병이 걸린 사람을 어떻게 처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법률을 가지고 있어야 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악성 피부병이 하나님께서 내리신 일종의 심판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에 그들은 악성 피부병을 가진 자들을 부정하다고 말하고, 진영 밖으로 겪리시킴으로써 이스라엘 진영과 공동체를 거룩하게 지키려 했습니다. 또한 악성 피부병의 경우 이웃에게 전염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에 악성 피부병으로 진단받는 순간 즉시 격리 조치가 취해져야 했습니다. 그러나 악성 피부병이 있다고 해서 진영 밖에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도 여전히 공동체의 일원이었습니다. 따라서 악성 피부병이 치료되면 공동체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앞서서 46절까지는 사람의 몸에 나타날 수 있는 악성 피부병의 여러가지 증상에 대해서 이야기했다면, 47절부터는 사물의 표면에 발생할 수 있는 악성 곰팡이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털옷, 베옷, 가죽 이 세가지 옷감은 고대 근동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털옷은 양의 털로 만든 것이고, 베옷은 삼베로 만들었습니다. 이 두가지 옷감과 가죽으로 만든 옷 모두 곰파이에 취약합니다. 사람의 몸에 난 나병이 악성인지를 판단할 때는 피부에 희거나 불그스름한 색의 털이 있느냐를 기준으로 봤다면, 사물에 핀 곰팡이를 악성으로 판단하는 기준은 푸른색 옷은 붉은색의 점이 보이느냐에 있습니다. 여기서 푸른색이란 히브리어로는 연녹색을 의미합니다. 이런 색상의 곰팡이 균이 관찰되면 사람들은 즉시 제사장에게 보이고 진단을 받아야 했습니다.
제사장은 악성 곰팡이 증상이 보이면 다시 7일을 기다렸다가, 색점이 더 번지거나 커지면 악성 곰팡이로 규정하고, 부정하게 된 의복과 가죽을 모두 불살라야 했습니다. 그러나 만일 7일 후에 번짐 현상이 보이지 않으면 그 옷을 물로 빨고 다시 7일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만일 옷을 빨고 한 주가 더 지났는데도 그 색점이 빠지지 않으면 그 역시 악성 곰팡이로 규정하고 옷을 불태워야 했습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 사람에게서 난 악성 피부병이나, 사물에 생긴 악성 곰팡이에 대해서 규정을 주신 이유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정결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본문은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서 거룩하게 구별되어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줍니다. 부정한 사람은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없었습니다. 또한 부정해진 자는 하나님의 백성들과 함께 살 수도 없었습니다.
이는 오늘날 죄를 가지고 살아가는 자가 하나님과 교제할 수 없으며, 주의 공동체와 함께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아울러 보여줍니다. 앞서 악성 피부병에 걸린 사람은 옷을 찢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옷을 찢는 것은 나라가 망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 극한 슬픔을 표현하기 위한 의식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악성 피부병으로 인해 부정하다고 판단 받은 자가 겪어야 할 고통이 얼마나 큰지 보여줍니다. 죄로 인해 부정해지는 것이 하나님과의 관계를 끊어버리며, 이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아픔인지를 보여줍니다. 또한 하나님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이 우리가 맺고 있는 모든 인간 관계들도 끊어버리고 고립시킨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죄는 이만큼 우리 삶을 파괴하는 심각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악성 피부병을 방치하면 공동체 전체로 피부병이 전염되게 되고, 악성 곰팡이를 방치하면 순식간에 건물과 물건 전체로 번지게 되어 물건을 더 이상 쓸 수 업게 되고, 건물은 크게 훼손됩니다. 이처럼 죄를 방치하는 것은 결국 우리 영혼을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그 어떤 더러운 죄도 용납하지 아니하고, 거룩한 삶을 추구하여 정결하게 주님과 함께 살아가는 저와 어러분 되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