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09 문 밖에 서 있는 베드로 (요한복음 18장 12-18절)

가룟 유다가 끌고 온 무리는 예수님을 붙잡아 갔습니다. 제자들은 로마 군사들과 손에 병기를 들고 온 무리를 보고 겁을 먹어 예수님을 버리고 도망 쳤습니다. 무리는 예수님을 ‘안나스’란 자에게 데리고 갔습니다. 이 사람은 이 해에 대제사장이었던 ‘가야바’라는 자의 장인어른 입니다. 또한 안나스는 그의 사위 가야바 이전에 10년 동안 대제사장으로 지냈던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이 당시 유대 공동체에서는 가장 높은 어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나스는 무리가 붙잡아 온 예수님을 심문하고 있습니다.
이 때 예수님의 제자 중 두 사람인 베드로와 요한이 등장합니다. 오늘 본문 요한복음 18장 15절 말씀을 보면, ‘시몬 베드로와 또 다른 제자 하나’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또 다른 제자가 바로 요한복음을 기록한 사도 요한 입니다. 요한은 대제사장과 친분이 있는 관계였습니다. 이에 그는 대제사장의 집 뜰 안으로 들어갔고, 그에 반해 베드로는 문 밖에 서서 예수님에 대한 심문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야 했습니다.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간 요한은, 대제사장 집 문을 지키고 있는 여종에게 말하여 베드로를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오려고 했습니다. 이에 문을 지키던 여종이 베드로에게 말했습니다. “당신도 예수의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 아닌가요? 그렇죠?” 베드로와 요한은 스승을 잡으려 하는 로마 군사들과 대제사장들의 하속들을 피해 도망친 상태입니다. 지금 그들은 신분을 감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추궁하 듯 묻는 여종의 질문에 베드로는 뜨끔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베드로는 자신이 예수의 제자가 아니라고 부인 했습니다.
이렇게 예수님을 부인한 베드로의 심정은 무엇이었을까요? 베드로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다른 모든 제자들은 다 주님을 버려도 자신만큼은 예수님을 끝까지 따라가겠다고 호언장담 했던 사람 입니다. 이 고백을 했던 바로 그 밤, 예수님을 붙잡기 위하여 병기를 들고 찾아온 로마 병사와 횃불과 몽둥이를 들고 많은 무리를 본 베드로는 겁에 질려 도망쳤던 것이죠. 예수님께서 그 당시 권력의 핵심인 안나스에게 끌려가는 것을 직접 눈으로 목격 했습니다. 베드로는 지금 두려움에 휩싸여 있습니다. 자기 자신도 자칫 잘못하면, 예수님과 같이 대제사장의 무리에게 붙잡혀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제사장의 여종이 그를 보고 “당신은 예수의 제자가 아닌가?”하고 물었을 때, 두려움에 쌓인 베드로는 “나는 아니라”고 말하며 자신의 스승과의 관계를 부인했던 것입니다.
그 누구보다 예수님을 향한 강한 충성심을 가지고 있었던 베드로, 목숨을 다해 주님을 따르겠노라고 고백했던 그가 하루도 못 가서 예수님을 부인했던 것입니다. 그의 고백이 거짓이었을까요? 아닙니다. 베드로는 분명 진솔한 마음에서 어떤 상황 속에서도 주님을 따르겠다고 고백 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굳은 마음도 위기 상황 앞에서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입니다. 칼과 몽둥이와 같은 병기를 들고 온 로마 군사들과 대제사장의 하속들이 예수님을 붙잡아가자, 베드로의 마음에는 두려움이 가득 차게 되었고, 결국 그 두려움이 그로 하여금 예수님을 외면하고 부인하게 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베드로의 모습은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들도 평상시에는 베드로와 같이 예수님에 대한 우리의 마음을 고백할 수 있습니다. 예배를 통해 받은 깊은 감격을 통해 또는 우리 삶에 주신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에 대한 응답을 통해 예수님이 우리의 전부이시며, 주님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려 놓을 수 있다고 고백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베드로와 같이 우리의 고백은 입술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위기와 어려움이 찾아오는 삶의 현장에서 그 진가가 드러납니다. 예수님을 위해 살기 위해 손해를 볼 각오가 되어 있습니까? 예수님을 섬기기 위해 세상으로부터 비난 당할 자신이 있습니까? 세상은 예수 믿는 자들에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 그리스도인들을 비난하고 흠 잡고 적대적인 것이 이 세상 입니다. 실제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러한 세상의 핍박이 두려워 자신의 신앙과 제자라는 신분을 속인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어떠한 고난 앞에서도 결코 우리들을 부인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주님은 우리들에게도 동일한 모습을 원하고 계십니다. 마태복음 10장 32-33절 말씀을 함께 읽겠습니다. “(마 10:32) 누구든지 사람 앞에서 나를 시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저를 시인할 것이요 (마 10:33) 누구든지 사람 앞에서 나를 부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저를 부인하리라” 우리가 핍박이 두려워 사람들 앞에서 예수님을 부인한다면, 예수님도 우리를 부인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세상의 핍박과 환란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예수님을 사람들 앞에서 시인하면, 예수님도 하나님 앞에서 우리들을 시인하실 것이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예수님을 위해 그 어떤 손해도 비난도 핍박도 감내할 수 있는 신앙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에게 적대적인 사람들 앞에서도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 답게 살아야 합니다. 뜨거운 불을 통과하고 살아남는 믿음만이 진짜 믿음인 셈 입니다. 고난을 통과함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믿음은 더욱더 굳건해지고 생생하게 살아 있는 믿음으로 자라갈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베드로는 그 누구보다 예수님에 대한 큰 감격과 많은 은혜를 받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주님만을 따르겠노라고 고백했던 사람입니다. 그의 고백은 진실한 고백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위기 앞에서 그의 고백은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주님을 향한 우리의 고백은 어떻습니까? 삶의 환란과 세상의 핍박 가운데도 변함없는 고백입니까? 어떤 손해를 입고 비난을 당해도 변치 않는 믿음입니까? 그리스도인의 정의는 ‘예수를 주로 고백하고 그 분을 따르는 사람’ 입니다. 이러한 우리의 신앙의 정체성이 그 어떤 환란과 어려움 가운데도 금과 같이 변하지 않고, 주님 오시는 그날까지 계속해서 더욱더 굳건 해지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