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과 제자들은 결혼식에 초대를 받게 됩니다. 이 자리에는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도 함께 있었습니다. 이로 미루어보아 평소 예수님 가족과 매우 가깝고 친한 지인의 결혼식이 아니었나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결혼식이 열린 곳은 갈릴리의 ‘가나’라는 동네로, 예수님의 고향 나사렛으로부터 북쪽으로 약 14km (9마일) 떨어진 곳입니다. 우리가 어제 새벽에 살펴보았던 나다나엘이란 제자가 바로 이 ‘가나’출신 사람 입니다.
이 당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결혼식이란 동네 잔치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농경사회다 보니 한 마을 주민들은 말 그대로 이웃사촌이었고, 혼인 잔치가 열리면 동네 주민들이 함께 모여 잔치를 통해 새 부부를 축하했습니다. 이 때 혼주는 찾아온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정성스레 음식을 준비하여 제공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특별히 포도주는 빼놓을 수 없는 음료였습니다. 팔레스타인 지역과 같은 중동 지역은 물이 매우 귀하기 때문에, 포도주를 음료수로 사용하였습니다.
따라서 잔치 중에 손님을 접대할 포도주가 떨어진다는 것은 매우 큰 결례였으며, 그러한 사태는 두고두고 가문의 수치가 되는 사건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유대인들의 관습에 따르면 혼인 잔치는 무려 7일 동안이나 계속 됩니다. 그러니 온 동네 사람들이 무려 7일 동안 마실 양을 준비해야 하니, 실제로 얼마나 많은 포도주가 필요하겠습니까?
예수님과 제자들이 청함을 받았던, 이 혼인 잔치에서도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포도주가 떨어진 것입니다. 혼주는 적잖케 당황 했을 것입니다. 가나 혼인 잔치의 혼주가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손님이 찾아왔든지, 아니면 찾아온 손님들이 예상보다 더 많은 음료를 마셨는지 어찌 된 영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혼인 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짐으로 축제와 같은 잔칫집 분위기가 조금 있으면 지탄과 원성의 소리로 변화할 조짐이 보이고 있었습니다.
오늘날처럼 대형 마트가 있어서 차 타고 가서 30분 안에 음료수를 더 사온다 던지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결혼식의 혼주는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와 깊은 친분이 있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이에 이 사실을 알게 된 마리아가 예수님께 말했습니다. “이 집의 포도주가 다 떨어졌구나” 그러자 예수님께서 뭐라고 하십니까? 4절 입니다. “(요 2:4) 예수께서 가라사대 여자여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내 때가 아직 이르지 못하였나이다” 많은 분들이 성경을 읽다가 이 부분에서 깜짝 놀랍니다. “아니 아무리 예수님이시지만, 자기 어머니를 ‘여자여’라고 부르다니? 이것은 결례가 아닌가?” 우리나라 어법, 어감으로 보면 자신의 어머니에게 ‘여자여’라고 부르는 것은 용납될 수 없지요. 그러나 성경의 원어인 헬라어의 ‘여자여’는 결코 그의 어머니를 낮추어 부르거나, 힐책하는 의미가 아닙니다. 이것은 순수하게 상대방을 공경하고 높이는 표현 입니다.
그럼 예수님께서 마리아를 향하여 ‘어머니’라고 부르지 않고 ‘여자여’하고 부른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예수님께서 자신이 메시아 되심을 드러내는 사역에 있어서 만큼은 마리아가 어머니로서라도 관여할 수 없는 영역임을 강조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4절에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라고 말하신 것이죠.
그러면서 예수님께서는 아직 자신의 때가 이르지 아니하였다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때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드리기 위한 때, 즉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목적을 이루기 위한 때 입니다. 예수님께서 마리아에게 “내 때가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나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은 예수님께서 무엇을 위해 이 세상에 오셨는가를 실제적으로 보여주시는 것이죠.
그러자 마리아는 혼주의 하인들을 불러 말했습니다. “그분이 시키시는 일은 무엇이든지 하여라” 마침 그 집에는 돌로 만든 물 항아리가 여섯 개 있었습니다. 6절 말씀을 보니 이 항아리는 유대인들이 정결 예식을 위해 사용하는 항아리들이었습니다. 이 예식은 모세의 율법에 기록된 예식이라기 보다는 유대인들이 관행적으로 진행해 오던 장로들의 유전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음식을 먹기 전에 반드시 손을 씻어야 했으며, 시장에 가서 장을 보고 집에 돌아와도 물을 뿌려야지만 음식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때 사용하는 물을 담아두기 위한 항아리가 여섯 통 놓여 있던 것이죠. 6절에 두세 통 드는 돌항아리라는 것은 물 두세 동이를 담아 둘 수 있는 크기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인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 영문도 알지 못하지만 하인들은 불평도 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예수님의 말씀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7절을 보니 이들은 항아리의 가장자리 즉 아구까지 채웠습니다. 오늘날이야 부엌이나 화장실에서 수도꼭지 틀면 물이 콸콸 나오는 시대 입니다만, 이 시대는 우물에 두레박을 내려 물을 떠와야 하는 시대 입니다. 물 두세 동이를 남을 수 있는 돌 항아리가 여섯 개… 아구까지 채웠다고 했으니까, 한 항이라당 세 동이를 담아야 꽉 찬다고 하면, 우물에서 두레박을 줄로 내렸다고 올리는 일을 18번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물을 가지고 집까지 또 옮겨야 합니다. 성경학자들은 ‘두 세통’의 물은 약 70에서 115리터 되는 물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교회 1층 친교실에서 사용하는 정수기에 뒤집어 놓는 큰 파란색 물통 있죠? 하나에 18.9리터 입니다. 그거 6개 정도 채울 정도의 물입니다. 일일이 우물에서 퍼 날랐으니 엄청난 양 입니다.
짧은 구절입니다만, 사실 이 명령에 순종하기 위해서 하인들은 진땀 뺐을 것입니다. 세상에 새벽부터 하는 혼인식은 없습니다. 오늘날처럼 집집마다 밝은 형광등이 있거나, 길거리에 가로등이 있는 시대가 아니니까 해가 진 컴컴한 밤에 혼인식을 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니 분명 밝은 대낮이었을 것입니다. 중동이니까 한낮에 얼마나 더웠겠습니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하인들은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돌 항아리 여섯 개 모두를 가장자리까지 가득 채웠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또 하인들에게 말씀 하셨습니다. 8절 입니다. “(요 2:8) 이제는 떠서 연회장에게 갖다 주라 하시매 갖다 주었더니” 예수님은 하인들에게 “자, 이제 그것을 퍼다가 잔치를 주관하는 사람에게 갖다 주어라”하고 말씀하신 것이죠. 오늘날도 그렇지만, 혼주는 결혼식 당일 손님들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인사 해야죠. 이야기해야죠. 정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날도 결혼식 음식이나 음료는 대부분 다 돈 주고 업체에게 부탁하지 않습니까? 안 그래도 혼인 잔치는 신경 써야 하는 일이 많거든요. 이 때도 마찬가지 입니다. 연회장은 혼인 잔치에 차질이 없도록 관리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예수님은 바로 그 연회장에게 물을 떠서 갖다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인들은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오늘 처음 만난 이 사람이 왜 이런 일을 시키는지 자기들이 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그러나 하인들은 이번에도 불평 한마디 없이 즉각적으로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 했습니다. 연회장에게 자신들이 힘겹게 퍼온 물을 한 컵 떠서 갖다 주었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분명 하인들이 떠온 것은 물이었는데… 연회장의 입에 닿을 때는 세상 그 어디에서도 맛 볼 수 없는 고급 포도주로 변해 있었습니다. 포도주를 맛 본 연회장은 깜짝 놀랐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맛 좋은 포도주가 있다니?” 두 눈이 휘둥그레 진 연회장은 곧바로 신랑을 불렀습니다. “여보시오. 신랑, 내가 결혼식은 많이 가봤지만, 당신 같은 경우는 처음 보았소. 본래 사람들은 혼인 잔치 처음에는 질 좋은 포도주를 내어놓고, 손님들이 어느 정도 취기가 올라가서 분별력이 떨어지면, 물 탄 포도주, 질 나쁜 포도주를 내어놓곤 하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그대는 지금까지 최고급 포도주를 간직 했다가 이제야 꺼내 주는구려!” 이 연회장은 이 포도주가 어디서 났는지 모릅니다. 단지 맛을 보고 기가 막히게 좋은 포도주란 사실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곁에서 보고 있던 사람들이 있지 않았습니까? 누구죠? 하인들 입니다. 9절 다시 한 번 봅시다. “(요 2:9) 연회장은 물로 된 포도주를 맛보고 어디서 났는지 알지 못하되 물 떠온 하인들은 알더라…” 연회장은 이 포도주가 어디서 났는지 알지 못했지만 누구는 알았어요? 물 떠온 하인들은 알았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처음부터 끝까지 순종했던 하인들은 이 포도주가 어디서 나온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자기들이 낑낑대며 우물에서 길러 온 물, 쏟아지랴 조심해가며 돌항아리에 담았던 물, 예수님께서 연회장에게 갖다주라 했던 바로 그 물이 최고급 포도주로 바뀌어 있었던 것입니다.
이 날 이 하인들은 예수님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을까요? 그리고 이 모습을 곁에서 보고 있던 제자들도 자신들의 스승이 보통 사람이 아니란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이 분이 진실로 메시아이시구나?”하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11절 입니다. “(요 2:11) 예수께서 이 처음 표적을 갈릴리 가나에서 행하여 그 영광을 나타내시매 제자들이 그를 믿으니라”
요한복음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가 11절에 등장합니다. 바로 ‘표적’이란 단어 입니다. 영어로 sign 입니다. 예수님께서 행하신 기적인데, 이 기적은 예수님이 참으로 어떤 분이시진 나타내는 ‘표’가 됩니다. 그래서 단순히 기적이라 부르지 않고 ‘표적’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물이 변하여 포도주가 된 사건이아말로 예수님이 바로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우리의 구원자 되심을 알리는 가장 첫 번째 표적이 되었던 것이죠.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 표적은 누구의 순종으로 일어났습니까? 우리는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는 하인들입니다. 그들도 예수님을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말씀대로 순종하니까 연회장은 몰라도 그들은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좋은 포도주가 어디에서 나왔는지를 알게 된 것이 아니라, 예수가 누구이신지 알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자가 주님을 더 깊게 알 수 있습니다. 주님의 뜻에 순종하는 자에게 주님은 더 선명하게 나타나십니다. 우리들도 물 떠온 하인들처럼 예수님의 말씀에 즉각적으로 순종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할 때 주님께서 우리의 삶에도 놀라운 변화를 일으켜 주실 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