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31 힘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민수기 8장 20-26절)

민수기 8장은 성막에서 일하는 레위인들의 정결 예식에 관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어제 새벽에 성막에서 일하는 레위인들을 정결케 하는 예식의 절차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성막에서 섬길 수 있는 레위인의 나이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24절 말씀을 다시 한 번 함께 읽겠습니다. “(민 8:24) 레위인은 이같이 할지니 곧 이십오 세 이상으로는 회막에 들어와서 봉사하여 일할 것이요” 24절 말씀을 보니 성막 곧 회막에서 봉사 할 수 있는 나이가 나와 있습니다. 몇 살부터 몇 살까지 회막에 들어와 봉사할 수 있습니까? 스물 다섯 살에서 오십 세까지 입니다.
자,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단순히 고개를 끄덕일 것이 아니라 해결해야 할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오늘 이 본문 하고 내용이 전혀 달라 보이는 말씀이 있기 때문 입니다. 민수기 4장 23절을 보십시오. “(민 4:3) 곧 삼십 세 이상으로 오십 세까지 회막의 일을 하기 위하여 그 역사에 참가할 만한 모든 자를 계수하라” 앞서 민수기 8장 24절에는 회막에서 봉사하는 자의 나이를 스물 다섯부터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민수기 4장 23절에서는 삼십 세 이상부터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내용이 달라진거죠. 성경을 자세히 읽는 분들은 이런 부분에서 고개를 갸우뚱 합니다. 왜 갑자기 성경의 내용이 달라진걸까? 우리는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사실 이것은 매우 간단한 내용 입니다. 민수기 4장 23절에 나오는 30세 라는 나이는 광야에서 레위 지파가 성막의 기구들과 부속물들을 운반하는 일을 하기 위한 최소의 나이를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에 비해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본문에 기록된 스물 다섯이란 나이는 앞서 말한 성막 기구들을 운반하는 일을 하는 나이가 아닙니다. 다만 서른 살이 되기 전 5년간 견습 기간을 통해 회막에서 필요한 일들을 돕는 사역을 했던 것이죠.
이것은 오늘 날 교회의 예를 들어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신학교에서 막 졸업한 전도사님들에게는 성찬, 세례, 결혼, 장례 예식에 대한 집례권이 없습니다. 또한 축도도 할 수 없습니다. 본래 말씀을 전하는 강도권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대신 이 분들은 교회에 와서 그들을 감독하는 목회자 밑에서 견습 기간을 갖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주일학교 사역이나 심방 사역 등 담임목회자의 목회를 도우며 교회에서 사역합니다. 그리고 때가 되면 시험을 통과한 후 목사 안수를 받아 이분들도 성찬, 세례, 결혼, 장례를 집례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강대상에서 전하며 예배 후 축도를 하게 됩니다.
왜 처음부터 신학교 나온 전도사님들에게 이런 권한을 주지 않았을까요? 그것은 견습 기간을 통해 목회를 온전히 배움으로 하나님과 교회 그리고 성도들을 바르게 섬길 수 있도록 경험과 지혜를 가르치기 위함 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레위인들은 스물 다섯이 되면 회막에 나아가 봉사의 일을 할 수는 있었으나, 그것은 성막의 기구를 직접 나르는 그런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서른 살부터 가능했습니다. 따라서 스물 다섯에 부름 받은 레위인들은 앞서 일하고 있는 레위인들을 돕는 부사수의 역할을 한 것이죠.
자,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 볼만한 것이 있습니다. 5년이란 세월은 어떻게 보면 정말 긴 세월 입니다. 군대에 들어갔는데 5년 동인 한 번도 진급도 없이 만년 이등병이라면 얼마나 끔찍하겠습니까? 회사에 입사하여 5년 동안 열심히 일 했는데 과장, 차장으로 승진 없이 만년 대리로만 있으면 얼마나 한숨이 나올까요?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레위인들이 하는 일이란 것이 사실 별 것 아닙니다. 성물을 포장해서 고핫 자손 같은 경우 어깨에 매고 다르면 됩니다. 게르손 자손하고 므라리 자손은 어깨에 매지 않고 수레에 실어 나르기만 했으면 됩니다. 그런데 이 단순한 업무를 5년 동안 배운다… 참 긴 시간 같아 보이지 않습니까? 쉽게 말하면 회사에서 복사기 사용법을 5년간 배운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이 얼마나 시간 낭비처럼 보입니까?
그러나 사실 여기에 포인트가 있습니다. 아무리 복사기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도, 스스로를 기계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복사기에 대해서 5년간 배우면 그 분야에 전문가가 되기 마련 입니다. 거룩하신 하나님을 성막에서 섬기는 일은 대충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특별히 성소에서는 한 번의 실수가 죽음으로 이어지던 구약시대 입니다. 아론의 두 아들은 하나님께서 지정하지 않으신 다른 불로 분향 했다가 불에 타 죽었습니다. 성막 봉사를 하기 위해서는 성막의 모든 것을 아는 사역의 전문가가 되어야 했습니다. 따라서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기간을 위해서 레위인을 스물 다섯에 회막으로 불러 삼십세가 될 때까지 옆에서 선배 레위인들을 도우며 5년간 견습 기간을 갖게 하신 것이죠.
자, 견습생으로 스물 다섯에 시작해서 5년간 견습 기간을 갖고 서른에 본격적으로 회막에서 봉사 합니다. 그리고 몇 살에 은퇴합니까? 25절 말씀을 보겠습니다. “(민 8:25) 오십 세부터는 그 일을 쉬어 봉사하지 아니할 것이나” 오십 세가 되면 성막 봉사에서 은퇴합니다. 오늘 날은 백세 시대라, 나이 오십이면 한참 일할 때 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3천년 전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 당시에는 50세가 되면 회막의 무거운 물건들을 나르는 것이 체력적으로 부담되는 나이입니다. 따라서 하나님은 레위인들이 쉴 수 있도록 회막 봉사하는 일에서 빼 주셨습니다.
자 그런데 그 다음 구절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26절 말씀을 보겠습니다. “(민 8:26) 그 형제와 함께 회막에서 모시는 직무를 지킬 것이요 일하지 아니할 것이라 너는 레위인의 직무에 대하여 이같이 할지니라” 26절은 50세가 넘어 은퇴한 레위인들에게 해당하는 말씀 입니다. 이들은 회막 봉사에서 제외가 되었습니다. 그럼 은퇴 후에 이들은 회막에 들어오지 못하고 모든 사역에서 제외 되는 것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26절 말씀 다시 보세요. “그 형제와 함께 회막에서 모시는 직무를 지킬 것이요…” 이 말을 쉬운 성경은 이렇게 번역 했습니다. “회막에서 다른 레위 사람들을 도와 줄 수는 있으나, 그 일을 대신하지는 못합니다.” 레위인이 50세가 되어서 회막에서 성막 기구들 나르는 일에서는 은퇴 했어요. 그래서 이제 더 이상 성막 기구를 나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하나님은 그들이 회막에서 일하고 있는 현역 레위인들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쉬운 예를 들으면 이런 것입니다. 시간이 정말 살처럼 빠르게 흘러가 어느새 제 머리가 새하얗게 되고, 나이가 들어 65세 은퇴하는 나이가 되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저도 드디어 은퇴 목사님이 된 거죠. 그럼 어떻습니까? 정년 나이가 넘었는데도 계속 당회 들어가서 교회를 지도 합니까?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머문자리가 아름다운 사람은 떠난 자리도 아름답게 떠나야 합니다. 리더십의 위치에서 내려와야 할 때, 고집 부리지 않고 내려오는 목회자가 아름다운 목회자 입니다. 언젠가 저 역시 이 교회의 리더십을 후임 목회자에게 계승해 주는 날이 올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저의 모든 사명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마치 50세가 넘은 레위인이 회막에서 봉사하고 있는 현역 레위인들을 곁에서 도와주었던 것처럼, 저 역시 이제 젊음과 열정을 가지고 새 시대에 목회하는 다음세대 목회자들을 섬기고 그들의 리더십 아래서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저 뿐만이 아닙니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그리해야 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알아서 하겠지… 우리가 할 일은 이제 다 했어.”라는 태도는 하나님께서 보실 때 옳 바른 마음이 아닙니다. 우리는 다음 세대가 하나님께서 주시는 시대적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저들 곁에서 도와주는 동역자가 되어야 합니다. 이전 세대가 가진 지혜와 굳건한 믿음, 삶의 경험은 다음 세대에게 그 값을 헤아릴 수 없는 큰 가치가 있습니다.
이처럼 하나님은 스물 다섯의 젊은 레위인들은 섬기기 위한 시간을 갖고 훈련시키시고, 현역에 있는 자들은 그들의 책임을 다하게 하시고, 일선에서 물러난 은퇴한 레위인들은 다음 세대의 레위인들 곁에서 그들을 돕는 자가 될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주님을 위해 교회를 섬기며 성도들을 섬기는 것이 우리의 참 기쁨이길 바랍니다. 우리 모두는 살고 있는 삶의 계절이 다릅니다. 어떤 분은 이제 막 꽃이 피어난 인생의 봄을 지나고 있고, 또 어떤 분들은 뜨거운 열정이 솟아나는 여름과도 같은 인생의 시기를 살고 있으며, 또 어떤 분들은 인생의 추수와 수확의 계절인 가을을 보내고 있으며, 또 어떤 분들은 인생의 마지막 겨울잠을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가 각자 처한 상황과 환경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레위 지파는 그들의 나이와 상관없이 하나님의 회막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주님을 위해 일 평생 살아갔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저는 성경을 보며 레위지파처럼 복 받은 사람들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나머지 11지파 사람들은 성막 봉사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레위지파는 하나님께 선택 받은 사람들입니다. 주님을 위해 일하는 것은 놀라운 특권입니다. 이 귀한 특권을 우리 모두가 받았습니다. 인생의 어느 계절을 보내고 계시든지 늘 힘써 전심으로 우리 살아계신 주님을 섬기시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