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11 사역현장에서의 균형감각 (느헤미야 4장 15-18절)

공사현장에서 일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장시간 일하다 보면 손에 들고 있는 망치도 무겁게 느껴지는 법입니다. 17절 말씀을 보니, “성을 건축하는 자와 담부하는 자는 다 각각 한 손으로 일을 하며 한 손에는 병기를 잡았는데”라고 되어 있습니다. 성벽을 쌓는 백성들은 한 손으로는 일을 하고 또 다른 한 손으로는 적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무기까지 들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장시간 무거운 돌 나르고 공사하느라 체력적으로 지치고 힘이 없는데, 그들의 목숨을 빼앗기 위해 침입해 올 적들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해야 했습니다. 이들이 받는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는 이루 다 말로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성벽 재건에 참여한 이들은 처음에 공사만 할 줄 알았지 그 누구도 자신의 목숨을 위해 손에 무기까지 들어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처음 성벽 재건 시작 할 때는 분명 돌만 나르고 성벽만 쌓는 일만 하면 되었는데, 적들의 공격이 시작되자, 공사도 하고 또한 혹시 모를 전투를 준비해야만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성벽을 쌓는 예루살렘 백성들 중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내가 지금 힘들게 성벽 쌓고 있는데 무기까지 들어야 해? 안 그래도 지금 얼마나 바쁜데 이렇게 또 일을 줘?”하고 불평합니다.

교회 일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 때가 있습니다. 교회 사역을 하다 보면 내 일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일들까지 함께 해야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특별히 우리 교회 같은 규모의 교회는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사역들을 감당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불평이 쌓일 수 있습니다. “내가 지금 찬양대 하기도 바쁜데 부엌일까지 해야 해…? 딴 사람들이 좀 하면 안되나….? 일주일 내내 바쁘게 살아왔는데 교회 와서까지 이렇게 힘들게 일 해야 해?” 이처럼 하나님 일 하다 보면 뭔가 남들은 노는데 나만 홀로 더 많이 일하는 거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는 거에요. 본문에 등장하는 백성들은 한 손으로는 성벽을 쌓고 다른 한 손으로 병기도 잡았습니다. 어찌 보면 일이 두 배가 되었습니다. 느헤미야도 백성들이 이로 인해 심리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백성들이 병기를 들지 않으면 성벽 재건이 중단 될 수 밖에 없기에 지금 당장 조금은 힘들어도 그는 병기를 잡으라 말합니다. 교회 사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께서 교회 일을 맡기실 때, 때로는 어렵지만 우리에게 여러 가지 사역들을 함께 맡기시길 때가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일들을 감당할 때 사역에만 치중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한 손으로는 성벽을 쌓는 일을 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전쟁을 위한 병기를 잡았다는 표현은 다른 말로 하면, 사역도 하고 동시에 기도도 했다는 것 입니다. 어떠한 사역도 기도 없이 열매 맺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교회에는 하나님의 일을 하는데 기도 없이 주님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주일학교 교사가 기도 없이 학생들에게 말씀을 가르치고, 찬양대가 기도 하지 않고 예배시간 때 찬양하고, 순장이 기도 하지 않고 순모임 인도 하고… 여러분 병기를 들지 않고 일하는 백성들이 적군의 공격에 가장 쉽게 노출 되듯이, 기도하지 않고 교회 일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사단의 공격을 받게 됩니다.

지금 당장은 기도하지 않아도 별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뭐 한 두 번 기도 안하고 교회 일해도 별 탈없이 지나갈 수도 있어요. 자동차 계기판을 보면 기름이 어느 정도 있나 표시하는 게이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바늘이 기름이 없음을 나타내는 빨간 칸에 들어가도 사실 몇 마일 더 갈 수 있어요. 그러나 그 바늘이 빨간 칸에 들어간 것을 보고도 그대로 차를 더 타고 다니면 결국 차가 서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기도 안 해도 지금 당장은 사역하는데 문제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지속되면 어느 날 갑자기 사역의 현장이 흔들리며 제자리에 서게 됩니다. 앞으로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갑니다. 자동차에 기름이 떨어지면 엔진에 무리가 오듯이, 기도가 바닥난 사역의 현장에는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주일학교 교사가 기도하지 않고 섬기면, 갑자기 같이 일하는 주일학교 선생님들이 미워지고 아이들도 귀찮아 집니다. 교회 오는 게 피곤하고 괜히 주일학교 교사 해서 내 삶이 더 힘들고 불행해진 것처럼 느껴 집니다. 찬양대원이 기도하지 않고 섬기면, 찬양대에서 찬양을 하는데 마음에 기쁨이 사라집니다. 아무런 영혼의 감동 없이 입술로만 찬양하게 됩니다. 알맹이 없는 껍데기 찬양이 되어버립니다. 어떤 사역도 기도 없이 오래 갈 수 없습니다. 한 손으로는 일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병기를 든 예루살렘 백성들처럼, 한 편으로는 교회 일하지만, 또 다른 한 편으로는 기도해야 합니다.

왠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사역에 잡음과 마찰이 일어나고, 내 육신과 영혼이 지쳐 있을 때, 바로 그 때가 기도의 자리, 영적 Gas Station에 들려야 할 때 입니다. 그리고 성령께서 나를 기름으로 채워주시기를 구해야 합니다. 어떤 분들은 사역하느라 지쳐서 기도할 힘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힘이 있어서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기도해야 힘을 얻게 됩니다. 기도해야 사역 하는 가운데 기쁨이 생기고, 기도해야 사역의 열매가 맺힙니다. 우리의 사역은 기도의 자리에서 이미 그 승패가 가려집니다. 기도의 자리에서 참 기쁨과 승리를 회복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