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4.12 온유한 사람의 하나님 (민수기 12장 1-16절)

모세에게는 두 명의 형제가 있었습니다. 그의 형 아론과 그의 누이 미리암 입니다. 모세뿐만 아니라 아론과 미리암도 이스라엘 백성의 지도자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론과 미리암은 모세가 ‘구스 여인’을 아내로 택한 사실에 대하여 그를 비방 했습니다. 오늘 본문 1절 말씀을 함께 읽겠습니다. “(민 12:1) 모세가 구스 여자를 취하였더니 그 구스 여자를 취하였으므로 미리암과 아론이 모세를 비방하니라” 구스 사람이란 오늘날로 말하면 ‘에디오피아’ 사람 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 구스 여인이 누구인가?’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한데요. 먼저 이 구스 여인을 모세의 아내 미디안 사람 ‘십보라’로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하박국 3장 7절을 보면 구스와 미디안을 동일시 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관점은 모세의 아내 십보라가 죽은 이후 모세가 새 장가를 가서 에디오피아 여인을 아내로 맞이했다는 해석 입니다. 성경은 정확하게 이 여성이 누구인지 말해주고 있지는 않습니다.

어찌 되었든지, 지금 모세의 형 아론과 그의 누이 미리암이 이스라엘 사람이 아닌 이방 여인을 아내로 택한 모세를 책망한 것입니다. 오늘 본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큰 숲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민수기의 흐름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세를 향해 불평하고 원망하는 분위기 입니다. “왜 우리를 애굽에서 데리고 나왔는가? 먹을 것이 없다. 마실 것이 없다. 누가 우리에게 고기를 먹게 하겠느냐?” 모세를 향해 돌이라도 던질 듯 한 분위기 였습니다. 이러한 장면들 가운데 이제는 모세의 가장 가까운 가족인 아론과 미리암마져도 모세를 비방하는 장면이 들어가 있는 것 입니다.

나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낯선 이가 나를 비방하는 것도 마음이 아픈 일입니다만, 내가 믿고 의지해 왔던 가족 혹은 친구가 나를 대적하여 비방한다면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일입니다. 안 그래도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세를 원망하고 불평하고 있는 참인데, 그의 혈육인 아론과 미리암까지 모세를 비방하고 있으니 모세의 마음이 얼마나 괴롭고 힘이 들었을까요?

아론과 미리암은 모세의 권위를 깎아 내렸습니다. 2절 말씀을 보겠습니다. “(민 12:2) 그들이 이르되 여호와께서 모세와만 말씀하셨느냐 우리와도 말씀하지 아니하셨느냐 하매 여호와께서 이 말을 들으셨더라” 미리암은 여선지자 입니다. 출애굽기 15장을 보면 그가 여선지자의 자격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대변하는 장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아론은 대제사장 입니다. 그는 우림과 둠밈이 부착된 판결 흉패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판결하는 사람 입니다. 아론과 미리암 은 모세처럼 하나님께서 세우신 이스라엘의 영적 지도자들임은 분명한 사실 입니다. 미리암과 아론은 자신들이 가진 권위를 가지고 모세를 비난 했습니다.

성경 학자들은 2절 말씀 “여호와께서 모세와만 말씀하셨느냐?” 이 구절을 통해 그 동안 미리암과 아론이 모세가 독차지 하고 있던 지도력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모세가 이방 여인인 구스 사람과 결혼하자 이 사건을 빌미로 모세를 강하게 책망하고 있다고 봅니다. 즉 미리암과 아론은 “우리가 모세보다 못할 것이 무엇이냐?”는 교만함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죠. 특별히 2절 말씀을 보시면 지금 이 두 사람은 모세에게 직접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모세 뒤에서 백성들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죠. 모세의 지도권에 도전하는 반대 여론을 만들고 있는 것이죠. 미리암과 아론과 같은 영적 지도자들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모세에 대해서 험담하는 것은 심각한 영향을 주게 됩니다.            민수기 12장 2절 하반절을 보시면 “여호와께서 이 말을 들으셨더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두 사람의 불평을 주의 깊게 들으셨습니다. 하나님은 이 두 사람의 말만 들으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심중에 있는 생각까지도 다 꿰뚫어 보고 계셨습니다.

자, 백성들도 모세를 향해 불평과 원망의 목소리를 토로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의 가장 가까운 가족, 아론과 미리암까지 모세를 비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해 모세는 어떻게 반응 했을까요? 성경은 모세의 반응을 직접적으로 기록하는 대신 그의 성품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3절 입니다. “(민 12:3) 이 사람 모세는 온유함이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승하더라” 왜 성경의 저자는 이 구절을 기록 했을까요? 모세는 저들의 비방에 아무런 말 대꾸도 하지 않은 것이죠. 안 그래도 민족을 이끌고 가야 한다는 큰 중압감과 스트레스에 눌려온 모세인데 형제들까지 등을 돌리고 그에게 손가락질 하니 모세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지듯 아팠을까요?

그런데 3절 말씀을 다시 보십시오. “모세는 온유함이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승하더라.” 정말 모세가 온유한 사람일까요? 성경을 보면 오히려 그가 다혈질의 욱하는 사람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애굽에서 동족을 괴롭히는 사람을 보고 참지 못하고 그를 쳐 죽였습니다.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시내산에서 하나님께서 친히 기록해 주신 십계명 가지고 내려 오던 날에는 금송아지 우상을 세워 놓고 춤을 추는 백성들을 보고 십계명 돌판을 던저 버렸습니다. 결정적으로 모세가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한 사건을 더듬어 보면 그는 돌에서 물이 나오게 할 때 바위를 굳이 두 번이나 내리쳤습니다. 여러모로 봐도 모세는 온유하다고 보기에는 멀어 보이는 사람 입니다.

그런 모세에게 오늘 성경은 어째서 “온유함이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승한 자”라고 평가하고 있는 것일까요? 구약성경에 사용 된 ‘온유’란 단어의 뜻은 이러합니다. 들판을 뛰어 다니는 야생마를 한 번 상상해 보십시오. 누구라도 그 등 뒤에 올라타려고 하면 거칠게 반항하며 떨어뜨릴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야생마가 전문 마부의 정성들인 훈련을 받아 마침내 길들여지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사람이 타면 야단법석을 떨고, 소란을 피웠던 말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사람을 등에 태우고 주인의 지시에 순응합니다. 이것이 바로 히브리어의 ‘온유’라는 뜻 입니다. 모세가 그러합니다. 그 역시 한 때는 한 마리의 야생마처럼 자기 마음대로 살았습니다. 자기 맘에 안 드는 일 있으면 불과 같이 행동했습니다.

그러나 성령께서 그의 마음을 지배 하시자 그의 성품이 변화했습니다. 아마도 모세가 이전 성질 같았으면 아론과 미리암에게 엄청 화를 쏟아 냈을 거에요. 하지만 오늘 본문에 나타나는 모세는 다릅니다. 자기를 비방하는 사람들 앞에서도 입을 굳게 닫았습니다. 침묵이 금이란 격언처럼 자신을 향해 불만을 터트리고 비방하는 자들을 향해 금과 같이 무겁게 행동 했습니다. 그는 어떤 변명도 저항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본문은 아주 흥미로운 사실을 우리에게 전해 줍니다. 모세가 아무런 변명도 대항도 하지 않자, 누가 대신 나서십니까? 하나님께서 모세 대신 이 사건을 해결하십니다. 사람들하고 지내다 보면 전혀 뜻 밖에 상황 가운데 억울한 일을 당할 때가 있습니다. 내 잘 못이 아니라고, 내 탓이 아니라고 얼마나 해명하고 싶은지 모릅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에서 고요하게 침묵하고 있는 모세를 대신해서 하나님께서 곧 바로 모세를 대신해서 상황을 변호해 주셨습니다. 남이 비방할 때 침묵을 지키는 것이 사실 얼마나 힘이 듭니까? 조개가 그 입을 다물고 있으니 진주가 생기듯이, 침묵은 어렵지만 지나가면 신앙의 성숙이 주어집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모세를 변호해 주셨습니다.

여호와 하나님께서 모세, 아론, 미리암 세 사람을 호출 하셨습니다. 그리고 아론과 미리암을 책망 하셨습니다. “민 12:6) 이르시되 내 말을 들으라 너희 중에 선지자가 있으면 나 여호와가 이상으로 나를 그에게 알리기도 하고 꿈으로 그와 말하기도 하거니와 (민 12:7) 내 종 모세와는 그렇지 아니하니 그는 나의 온 집에 충성됨이라 (민 12:8) 그와는 내가 대면하여 명백히 말하고 은밀한 말로 아니하며 그는 또 여호와의 형상을 보겠거늘 너희가 어찌하여 내 종 모세 비방하기를 두려워 아니하느냐” 하나님께서는 미리암과 아론이 영적 지도자 모세를 비방한 일에 대하여 진노하시며 그들을 책망하셨습니다.

하나님은 모세의 누이 미리암을 문둥병으로 치셨습니다. 저는 오늘 본문을 읽으며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었습니다. 주동자는 2명인데, 왜 미리암만 무둥병에 걸렸을까? 본문에 ‘비방하였다’는 동사가 여성형 주어를 취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사건의 주동자는 아론이 아니라 미리암이었던 것이죠. 그래서 하나님은 미리암을 치신 것이죠.

사실 엄연히 잘못을 따지고 보면 모세가 잘못한 것이 맞습니다. 이방 여인과 결혼한 것은 하나님의 뜻에 위배된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오늘 그 일에 대해 비방한 미리암과 아론을 책망하셨습니다. 만일 이 본문을 보면서, ‘부정을 저지른 목회자를 비방하지 말라’라고 해석하면 그것은 잘못된 해석 입니다. 어느 목회자라도 부정을 저지르거나 죄를 지으면 책망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가장 거룩해야 하는 목회자가 죄를 품고 살아가는데, 어떻게 못 본척 하겠습니까? 오늘 본문에서 중요한 문제는 상대방의 허물과 실수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 그 태도가 중요 합니다.

9-10절을 보십시오. “(민 12:9) 여호와께서 그들을 향하여 진노하시고 떠나시매 (민 12:10) 구름이 장막 위에서 떠나갔고…” 하나님의 백성이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고 싸우자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구름이 장막 위를 떠나갔습니다. 교회가 서로의 허물에 대해서 사랑으로 감싸주지 않고, 서로 다투고 분쟁을 일으킬 때 하나님께서 떠나가십니다. 서로 편 갈라서 니 편 내 편 하는 순간 구름이 장막에서 떠나 듯, 하나님의 영이 교회에서 떠나가시는 것이죠.

미리암이 모세의 리더십을 시기하고 질투하여 그를 비방한 것이 아니라, 모세의 실수를 가슴 아파하며 그를 위해 기도하며 그에게 나아갔다면 어떠했을까요? 모세와 같은 위대한 민족의 지도자요 하나님의 사람이, 실수 했다면 우리들은 또 얼마나 많은 실수와 넘어짐이 있을까요? 서로의 허물을 사랑으로 감싸주고, 서로의 영적 회복을 위해 기도하며, 서로를 세워주고, 서로를 위해 기다려 줄 수 있는 넉넉한 사랑의 마음이 머무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