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5.26. 기업을 보존하기 위해 (민수기 36:1-13)

이스라엘 백성들은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전 땅의 소유자를 지파별로 분배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이 당시 땅의 분배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은 오직 남성에게만 있었고, 여성들에게는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들을 낳지 못하고 광야에서 죽게 된 출애굽 1세대의 경우 땅을 분배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농경 사회였던 그 시대에 땅을 배분 받지 못한다는 것은 가족이 먹고 살 길이 막히게 되는 경제적 문제와 아들이 없음으로 가문의 명맥이 끊어지고, 그들의 아버지의 이름이 하나님의 백성인 이스라엘 회중 가운데 사라지게 된다는 영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아들 없이 죽은 아버지 슬로브핫을 대신하여 땅 분배하는 자리에 그의 딸들이 모세 앞에 나갔습니다. 슬로브핫의 딸들은 모세에게 자신들의 아버지의 이름이 이스라엘 가운데 끊기게 될 것과 그들이 조상으로부터 받아야 할 기업의 몫을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전해 주었습니다. 그 결과 하나님께서는 아들 없이 죽은 슬로브핫과 같은 처지에 있는 경우 그의 딸들에게 기업의 몫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자, 그런데 여기 또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본래 슬로브핫은 므낫세 지파 사람 입니다. 그런데 만일 땅을 기업으로 물려받은 슬로브핫의 딸들이 자신들이 속한 므낫세 지파가 아닌, 다른 지파의 남자들 가령 예를 들면, 르우벤 지파나, 시므온 지파 사람에게 시집을 가게 되면 그들의 기업이 이제는 남편이 소속되어 있는 지파의 소유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러면 므낫세 지파는 지켜야 할 조상들의 기업을 다른 지파에게 빼앗기게 되는 셈 입니다. 이 내용이 3절 말씀 입니다. 함께 읽겠습니다. “(민 36:3) 그들이 만일 이스라엘 자손의 다른 지파 남자들에게 시집가면 그들의 기업은 우리 조상의 기업에서 감삭되고 그들의 속할 그 지파의 기업에 첨가되리니 그러면 우리 제비 뽑은 기업에서 감삭될 것이요” 모세가 므낫세 지파 사람들의 고민을 듣고 보니 그들의 말이 맞습니다. 하나님께서 므낫세 지파에게 기업으로 주신 땅인데 그 기업이 다른 지파에게 들어가는 것은 공정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모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슬로브핫의 딸들의 경우 시집을 갈 때 반드시 그의 조상 지파의 가족에게로만 시집을 가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기업이 다른 지파로 넘어가지 않고 그 지파의 기업으로 그대로 남아 있도록 만들어 준 것이죠. 지금 우리는 슬로브핫 딸들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이 당시 슬로브핫처럼 아들 없이 광야에서 죽은 1세대 이스라엘 백성들이 많았습니다. 따라서 지금 슬로브핫의 딸들에 대한 판결은 단순히 이 가정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200백만명이 넘는 이스라엘 백성 전체에 대한 판결 사례가 되는 것입니다.

아들이 없이 죽은 아버지를 대신해서 딸들이 조상의 기업을 물려 받은 경우에는, 딸들이 다른 지파로 시집 갈 수 없고 오직 자기 조상이 속한 지파의 남자들에게만 시집 갈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조상들의 기업이 각 지파에게 그대로 이어지도록 하셨습니다. 이 내용이 36장 8-9절에 있습니다. 함께 읽겠습니다. “(민 36:8) 이스라엘 자손의 지파 중 무릇 그 기업을 이은 딸들은 자기 조상 지파 가족되는 사람에게로 시집갈 것이라 그리하면 이스라엘 자손이 각기 조상의 기업을 보존하게 되어서 (민 36:9) 그 기업으로 이 지파에서 저 지파로 옮기게 하지 아니하고 이스라엘 자손 지파가 각각 자기 기업을 지키리라” 결국 슬로브핫의 딸들은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다른 지파에게로 시집가지 않고, 자신들이 속한 므낫세 자손의 가족에게로 시집을 갔습니다. 그로 인해 그들이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기업이 다른 지파에게로 넘어가지 않고 므낫세 지파에게 그대로 머물게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여성의 인권이 많이 신장되어 있습니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 정계 진출은 이제 새로운 뉴스거리가 아닐 만큼 보편화 되어 있습니다. 세상에는 이미 많은 여성 리더십들이 등장 했습니다. 이런 현대적 문화적 배경에서 성경을 읽으면 슬로브핫의 딸들에게 기업이 돌아간 사건은 그저 평범해 보이는 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3천 여년 전 남성이 아닌 여성이 땅 분배에 참여하여 기업을 물려 받는다는 것은 당시 사회 관념으론 있을 수 없는 일 입니다.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본문으로부터 약 천년이 지난 신약 시대에도 사람의 인원수를 셀 때 여자는 숫자에 포함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병이어 사건 때 빵을 먹은 숫자인 5천명은 그 당시 한 사람의 인격체로 대우받지 못했던 여자와 어린아이는 제외 된 숫자였습니다. 오병이어 사건은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민수기 36장 본문으로부터 천년이 지난 후의 사건으로 그 때에도 여성의 인권은 그렇게 낮았던 것 입니다. 하물며 천년 전인 광야시대 때는 여성이 가진 권리라는 것이 얼마나 낮았겠습니까? 민수기란 책은 이름 그대로 백성의 숫자를 헤아린 책인데 심지어 이 책에서 나오는 두 번의 인구 계수 모두 단 한 번도 여성의 숫자를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러한 사회적 배경 속에서 슬로브핫의 딸들이 조상의 기업을 물려받게 된 사건은 당시 사회적 약자로 취급 받던 여성들의 권리를 보호하시는 아주 충격적인 내용입니다. 하나님은 은혜를 베푸실 때 사람의 외적인 요소들로 편애 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주님은 강자 뿐만 아니라 약자들에게도 은혜를 베풀어 주십니다. 오히려 하나님께서는 사회적 약자인 과부, 고아, 가난한 자들에게 깊은 관심을 갖고 계시며 그들이 사회에서 보호를 받고 소외되지 않도록 하나님의 법을 재정해 놓으셨습니다. 우리 하나님께서는 연약한 자를 보호하십니다. 우리 하나님의 공의의 하나님이시며, 배려와 사랑으로 세상을 돌보십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 모두가 바로 하나님의 이 놀라운 사랑과 은혜를 받고 있는 연약한 자들 입니다. 당시 사회적 약자였던 슬로브핫의 딸들이 하나님의 은혜 아니고서는 기업을 받을 수 없었듯이, 우리들 스스로의 힘과 능력만으로는 하나님 나라를 기업으로 받을 자격, 상태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죄로 인해 연약하고 부패한 상태에 놓인 우리들을 불쌍하게 여기시고 우리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라는 놀라운 은혜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누구든지 그를 믿는 자는 멸망치 않고 영원한 생명을 기업으로 얻도록 해주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이 놀라운 은혜와 생명은 먼 미래에 우리가 죽어 누릴 아직 오지 않은 복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바로 이 자리에서 연약한 자들을 향하여 계속해서 찾아오시고, 그들의 삶을 붙들어 주시고, 그들의 상처를 싸매어 주시는, 하나님의 강한 손이 지금도 역사하고 계십니다. 당시 사회적 통념은 허락하지 않았지만 슬로브핫의 딸들이 자신들이 처한 절망적인 상황을 하나님께 아룀으로써 주님의 은혜를 통해 땅을 기업으로 받았습니다 마찬가지로 비록 여기 있는 우리들도 이 연약하고 부패한 죄의 상태 가운데 살아가는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 있지만 누구든지 주님을 찾고 부르짖는 자에게 구원을 베풀어 주시기로 약속해 주신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를 통하여 하나님 나라를 기업으로 상속 받고 하나님의 참 백성이요 참 자녀로 살아가시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