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왕 사울은 블레셋과의 전쟁을 앞두고 사무엘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사무엘이 오지 않자, 제사장만이 집례 할 수 있는 제사를 자신이 드렸습니다. 하나님께서 지정하신 제사장이 아닌 사람이 대신 제사를 드리는 것은 하나님의 명령에 불순종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불순종으로 인해 하나님께서 사울의 왕위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본문은 이 사건 후 세월이 흐른 뒤에 일어난 이야기입니다. 이 때는 사울의 왕권이 안정되고 이스라엘의 군사력이 확보된 시대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말렉 족속이 출애굽 하던 힘없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공격했던 것을 기억하셨습니다. 400 여년간 노예로 살아가던 애굽을 급히 빠져나온 이스라엘이 어찌 전쟁을 치를 준비가 되어 있겠습니다? 아말렉은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떠날 때, 르비딤이란 지역에서 이스라엘을 공격하여 큰 피해를 입혔습니다. 당시 하나님께서는 모세와 여호수아를 통해서 아말렉을 치셨고, 출애굽기 17장에 아말렉에게 크게 분노하시며 그들을 멸망시켜 버리겠다고 선언하셨습니다. 사울이 왕이 된 이후 군사력이 어느 정도 갖춰진 이 때에 하나님은 드디어 아말렉을 진멸할 것을 명령하셨습니다. 사울은 하나님께 기름 부음 받아 왕이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그에게는 하나님의 말씀에 절대적으로 순종할 의무가 있었습니다. 사울은 하나님의 심판을 대신 처리하는 대행자가 되어 아말렉을 진멸해야 할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진멸’이란 단어는 히브리어로 ‘헤렘’이라고 합니다. 헤렘은 ‘진멸’이란 의미와 동시에 ‘바침’이란 뜻을 갖고 있습니다. 헤렘은 사람에서부터 가축에 이르는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을 다 죽이고, 모든 물건들을 불태워서 그것을 하나님께 바치는 것을 뜻합니다. 구약성경에 나온 헤렘의 대표적인 예는 여호수아가 치른 여리고 성 전쟁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여리고 성의 모든 생물을 다 죽이고 모든 물건을 불태우는 헤렘을 명령하셨습니다. 그러나 여호와의 명령을 어기고 아간이 여리고 성에 있는 물품들을 몰래 훔쳐 가지고 갔습니다. 아간의 범죄로 인해 이스라엘 군대 모두가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되었고, 그 결과 아간과 그의 모든 가족은 돌에 맞아 죽게 되었습니다. 헤렘은 사람과 가축을 포함한 모든 생물을 죽이고, 적군이 소유한 모든 것을 불태움으로써 하나님께 드리는 전쟁입니다. 하나님께서 오늘 본문에서 사울에게 명령하신 아말렉과의 전쟁이 바로 ‘헤렘’ 입니다. 아말렉과의 전쟁은 영토를 확장하거나, 노략물을 취하려는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께서 헤렘을 명하셨으니, 반드시 모든 적을 하나도 남김 없이 다 죽이고, 모든 물건을 불태워서 주님께 바쳐야 했습니다.
사울은 아말렉과의 전쟁을 위해 전국적으로 군사들을 소집했습니다. 이스라엘과 아말렉의 전쟁은 이스라엘의 승리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사울은 매우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사울에게 분명 헤렘을 명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사울은 아말렉의 왕 아각을 살려 두었습니다. 또한 아말렉 사람들이 가진 가축 중에서 좋은 것들을 남겨두어 진멸하지 않았습니다. 사울이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한 것이죠. 왜 사울이 아말렉의 왕 아각을 살려두었을까요? 아마도 적장인 아말렉 왕을 포로로 사로잡음으로 인해 사울 왕의 승리를 기리며 이스라엘 군대의 강함을 선전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쉽게 말하면 뽐내기 용으로 아말렉 왕을 살려둔 것입니다. 왜 좋은 가축들을 살려 두었습니까? 죽이기에 아깝고 갖고 싶은 탐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좋은 가축들을 죽이기 아까워했고, 사울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보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눈치를 살폈습니다. 일반적으로 전쟁에서 승리하면 전쟁에 참여한 자들에게 전리품이 주어집니다. 사울은 아말렉과의 전쟁에 참여한 백성들에게 좋은 가축들을 전리품 삼도록 허락해 주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사울의 행동을 보시고 그를 왕으로 삼으신 것을 후회하셨습니다. 물론 이 표현은 하나님께서 정말 우리 인간이 느끼는 것처럼 ‘후회’하셨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나님은 실수가 없으시고, 실패하지 않으시는 분인데 어찌 후회를 하시겠습니까? 하나님께서 후회하셨다는 표현은 사울이 행한 범죄가 하나님의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했는가를 성경의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하나님의 심정을 인간의 용어로 표현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사울이 주님의 명령을 행하지 않은 것을 악하게 평가하셨습니다. 사울이 하나님의 말씀을 버리자, 하나님께서도 사울을 버리셨습니다. 사무엘은 사울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깨닫고 무척 근심했습니다. 사무엘은 밤새도록 사울을 위해 여호와께 부르짖어 기도했습니다. 사울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된 사무엘은, 그와 같이 하나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사울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분노했습니다. 이러한 사실도 모른 채 사울은 자신이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기쁨에 도취하여 자신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비까지 세워 두었습니다. 전쟁을 이기게 하신 하나님께 대한 감사나 찬양은 전혀 없이, 오로지 자신에게 전쟁의 공이 있는듯 행한 사울을 볼 때 왕이 된 사울이 얼마나 교만하게 되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사울은 사무엘을 만나자 하나님께서 그에게 큰 승리를 주셨다고 말하며 기쁨을 나타냈습니다. 사울은 사무엘에게 자신이 여호와 하나님의 명령대로 아말렉과 싸워 승리했음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사무엘은 사울의 불순종을 지적했습니다. 사무엘은 자신의 귀에 들리는 양과 소의 울음소리가 어디서 나는 것인지 사울에게 물었습니다. 사무엘은 헤렘 전쟁을 치르지 않고 하나님께 바칠 것을 드리지 않은 사울의 잘못을 깨닫게 하였습니다. 이전에 지은 실수를 무마하도록 기회를 주신 하나님의 마음도 전혀 모르고, 또 다시 하나님께 불순종한 사울에게 사무엘은 강하게 책망하였습니다.
사무엘은 기름 부음 받은 왕인 사울이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했다는 것에 대한 배반감과 실망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사울은 사무엘에게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가축 떼 중 좋은 것은 살려 둔 이유는 여호와께 제사를 드리기 위함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사울의 말이 사실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하나님께서 명하신 것과는 달랐기에 여전히 사울의 행동은 정당화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도둑질 한 돈으로 헌금을 드린다 한들 어찌 하나님께서 받으시겠습니까? 우리는 하나님을 위한 일을 할 때 하나님의 방법대로 해야 합니다. 사무엘을 통하여 사울에게 아말렉 족속을 진멸할 것을 명령하셨습니다. 사울은 아말렉을 공격하여 승리를 거두었으나,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진멸하지는 않았습니다.사울은 아말렉의 왕 아각을 살려서 포로로 잡아 갔고, 아말렉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가축 중 좋은 것들을 남겨두었습니다. 사울이 여호와 하나님 말씀에 불순종한 것입니다. 이에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사울을 왕으로 삼으신 것을 후회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울이 가장 우선시 해야 했던 것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것이 되었어야 합니다. 그러나 사울은 하나님의 말씀 듣기를 거절하고 사람들의 목소리를 우선시했습니다. 그가 아말렉과의 전쟁은 승리했을지 모르지만, 영적인 전쟁에서는 패배했습니다. 사울은 판단의 기준을 하나님의 말씀에 두지 아니하고 자신의 탐욕과 사람들의 목소리에 두었습니다. 결국 사울의 욕심이 불순종을 낳았습니다. 그리고 그의 불순종이 그로 하여금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게 만들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순종을 원하십니다. 사람이 하나님의 말씀을 버리면, 하나님께서 그 사람을 버리십니다. 우리 모두 하나님의 목소리에 청종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고 살아감으로 말미암아, 하나님께서 붙드시고 귀하게 사용하시는 복된 삶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