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11 승자 없는 전쟁 (사사기 20장 8~28절)

레위인이 보낸 열 두개의 토막 난 시체를 받은 이스라엘은 미스바에 모여 총회를 열었습니다. 그들은 레위인이 전해준 기브아 사람들의 음행과 망령된 일을 전해 듣고 기브아 성읍을 공격하기로 결정합니다. 9절을 보면 이스라엘은 싸움을 앞두고 먼저 제비를 뽑았습니다. 이는 모인 병사들 중 1/10을 양식을 준비하는 보급병으로 뽑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 때 모인 병사가 총 40만 명이니까 그 중 10%인 4만명이 보급병이 된 것이죠. 그 후 이스라엘 연합군은 베냐민 지파의 땅에 속한 기브아 성읍을 치기 위하여 모였습니다. 본래 율법에 따르면 송사가 발생하면 판결을 내리기 전 원고와 피고 두 사람의 입장을 모두 들어야 하며, 두세 사람의 증인도 세워야 합니다. 그렇게 가능한 모든 상황들을 고려하여 판결을 내려야 합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들은 레위인 한 사람의 증언만 가지고 베냐민 지파를 공격하기로 성급하게 판단하였습니다. 가나안 땅을 정복하는 전쟁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연합 군대가 동족 베냐민 지파를 대상으로 전쟁을 할 때 나타났습니다.

그렇다고 이스라엘 지파들이 베냐민 지파를 처음부터 벌주려고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스라엘 지파들은 베냐민 지파 사람들에게 악행을 저지른 기브아의 불량배들을 넘겨주어 그들을 죽임으로 말미암아 이스라엘에서 악을 제거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스라엘 지파의 이러한 제안 안에는 베냐민 지파 사람들의 권위를 인정해 주는 동시에 베냐민 지파가 스스로 악행을 저지른 자들을 심판할 수 있는 정의로운 선택을 할 것이란 신뢰가 담겨 있었습니다. 12절에 보면, 이스라엘 지파들은 “너희 중에서 생긴 이 악행이 어찌 됨이냐?”하고 물으며 베냐민 지파가 다른 지파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회개할 기회를 주었습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베냐민 지파는 기브아의 불량배들을 넘겨 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동성애, 성폭행, 살인을 행한 불량배들을 감싸주는 베냐민 지파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는 베냐민 지파의 영적 수준과 도덕적 실태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음행과 망령된 일들이 난무한 나머지 그것을 심각한 죄악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기브아의 불량배들을 두둔한 것입니다.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이 같은 지파, 자신과 같은 혈육이라고 해서 감싸고, 다른 지파들에게 반기를 든 베냐민 지파의 이런 잘못되고 어리석은 선택으로 인해 이스라엘의 지파간 전쟁은 불가피해졌습니다. 전쟁이 일어나게 될 기브아 성읍에는 주민 700명 외에 베냐민 지파 출신 병사 2만 6천명이 함께 모여 있었습니다. 특히 이 중 700명은 왼손을 오른손처럼 쓸 수 있도록 훈련받은 정예병들이었습니다. 이들 모두는 돌팔매질의 달인으로 16절 말씀에 이들이 돌팔매질을 하면 ‘호리’도 빗나가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는 표적이 머리카락이라 할지라도 빗나가지 않고 마칠 정도로 솜씨가 정교한 정예병들임을 암시합니다.

18절을 보면, 전쟁을 앞둔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께 어느 지파가 전쟁에 앞장서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하나님은 유다 지파가 선봉에 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베냐민 지파의 기브아 성읍을 공격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베냐민 지파의 전쟁에서 패하고 맙니다. 하루 만에 무려 2만 2천명이라는 엄청난 숫자가 전사하였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패배를 당하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크게 당황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서로를 격려하고 전열을 가다듬었습니다. 이후 이스라엘은 여호와 앞에서 저녁 때까지 울었습니다. 앞서 18절에서는 “전쟁하려고 하는데 누가 앞서 싸울까요?”하고 물어봤다면 23절에서는 “내가 다시 나아가서 내 형제 베냐민 자손과 싸우리이까?”하고 전쟁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부터 하나님께 여쭈어 봅니다. 혹시 앞서 베냐민과의 전투에서 크게 패배한 이유가 하나님께서 반대하시는 전쟁을 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염려되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올아가서 싸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번에는 승리를 확신했을 것입니다. 다음 날 전쟁에 나갔을 때 이번에도 이스라엘 자손은 무려 만 8천명이나 되는 병사가 땅에 쓰러졌습니다. 베냐민과의 싸움에서 2번씩이나 큰 패배를 경험한 이스라엘은 매우 당황했습니다. 이번에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울기만 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금식도 하고 번제와 화목제도 드렸습니다.

이스라엘은 이제 세 번째로 여호와께 물었습니다. 27-28절 입니다. “(20:27) 여호와께 물으니라 (그 때에는 하나님의 언약궤가 거기 있고 (20:28) 아론의 손자 엘르아살의 아들 비느하스가 그 앞에 모셨더라) 이스라엘 자손이 묻자오되 내가 다시 나가 나의 형제 베냐민 자손과 싸우리이까 말리이까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올라가라 내일은 내가 그를 네 손에 붙이리라” 본래 언약궤는 하나님의 성막 안에 있습니다. 따라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전쟁의 승리를 위해서 실로에 있던 언약궤를 벧엘로 가지고 온 것으로 보입니다. 언약궤 곁에는 아론의 손자 엘르아살의 아들 비느하스가 서 있습니다. 비느하스는 아론과 그의 아들 엘르아살을 이허 이스라엘의 제사장이 된 인물입니다. 사사기 내내 등장하지 않았던 비느하스가 드디어 등장합니다. 이스라엘 지파들이 하나님께 질문합니다. “우리가 다시 나아가 내 형제 베냐민 자손과 싸우리이까 말리이까” 이미 두 번이나 전투에서 패했는데 또 다시 올라가야 하느냐에 대한 질문입니다. 이에 대하여 하나님께서는 올라가라고 말씀하시며 베냐민과의 전쟁에서 그들에게 승리를 주시겠다고 응답하십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처음 하나님께 구할 때는 “누가 먼저 싸우리이까?”하고 물어봤습니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베냐민과의 전쟁을 치르는 것을 원하는지 묻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에야 돌아와서 “제가 제 형제와 싸우는 것이 옳습니까?”하고 겸손하게 물어봤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베냐민에게 패한 후 세 번째에는 더욱 겸손한 태도로 “하나님 만일 하나님께서 원하지 않으시면 베냐민과의 전쟁을 포기하겠습니다”는 태도로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겨드리며 기도했습니다.

이스라엘 지파들은 자신들이 가진 정당함과 명분을 내세워 베냐민과의 전쟁을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베냐민 또한 그러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혈육을 지키는 것이 공정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이스라엘에는 수만명이 죽는 내전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사람마다 가진 명분이 다르고 생각이 다릅니다. 개인의 정당함만 내세우게 되면 다툼과 분열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왜곡하지 아니하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뜻이 아닌 경우 ‘포기’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항상 염두하고 하나님께 기도해야 합니다. 우리 자신의 명분만 내세움으로써 하나님의 뜻을 왜곡하지 아니하도록 말씀으로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주의 뜻을 따라 살아갈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