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10 개인의 보복을 위한 연합 (사사기 20장 1~7절)


레위인은 자신의 죽은 첩의 시체를 열 두 조각으로 토막 내어 이스라엘 사방에 보냈습니다. 토막 난 시체를 본 이스라엘은 충격에 휩싸인 채 미스바로 모여 총회를 열었습니다. 1절을 보면, 이 총회에는 ‘단에서부터 브엘세바까지’ 다 모였다고 했습니다. 이스라엘 지형 북쪽 끝에 있는 지역이 단이고, 남쪽 끝에 있는 지역이 브엘세바입니다. 단에서 브엘세바까지 다 모였다는 말은 이스라엘 지파가 모두 모였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1절에 “길르앗 땅에서 나왔다”고 했습니다. 요단 강 동쪽에 있는 지파들까지 모였다는 의미입니다. 토막 난 시신을 충격에 빠진 이스라엘 백성들이 다 모인 것이죠. 총회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였는지 보병이 40만명이나 됩니다. 이게 얼마나 많은 숫자인가 하면 드보라가 적군과 싸우기 위해 군사를 모았을 때 모인 숫자가 불과 1만명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레위인의 첩과 관련된 이 사안은 이스라엘의 전국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방 군대와 싸울 때는 이처럼 모든 지파가 의기투합해서 나선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는 동족 베냐민과의 전쟁을 앞두고는 하나 된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모습입니다.

하나님께서 맡겨 주신 가나안 전쟁이나 나라를 구하기 위해 이방인과의 전쟁을 치르는 일에는 쥐구멍에 숨어 있었던 이스라엘 백성들입니다. 그러나 타인의 잘못을 정죄하는 일에는 벌 떼처럼 모여들었습니다. 교회에서 함께 전도 나갑시다 하면 사람들이 모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교회에서 문제가 생겨 서로 싸울 때는 새벽예배도 와서 싸웁니다. 성경공부를 할 때는 조용한데, 다른 사람 욕할 때는 신이 나서 떠듭니다. 사명을 수행하는 일에는 뒤꽁무니를 치고, 남의 허물을 정죄하는 일에만 열정을 다하는 것은 올바른 신앙이 아닙니다. 이스라엘이 적과의 싸움을 앞두고는 하나 되지 못하고 숨어 있다가, 이처럼 형제의 허물을 손가락질 하기 위해서는 하나 되어 모였다는 것은 이스라엘이 어떤 가치관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미스바에서 총회로 모인 이스라엘 백성들은 레위인에게 사건의 진상을 보고 받습니다. 이 때 레위인은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보고하는데, 큰 틀에서 보면 거짓말은 아닙니다만,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들과 정보들은 숨기고 자신이 당한 위협과 범죄행위를 과장하여 보고 하고 있습니다. 분명 사건을 일으킨 사람들은 기브아의 불량배들입니다. 그런데 레위인은 5절에 “기브아 사람들이”라고 말함으로써 모든 기브아 사람들이 그를 대적하여 죽이려고 하는 것처럼 이야기했습니다. 이런 표현을 통해 이스라엘이 모든 기브아 사람들에 대한 적대감을 갖도록 부추겼습니다. 레위인은 이스라엘 총회를 충동질하며 기브아 사람들에게 대한 대책을 세우도록 재촉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기브아 불량배들의 악행이 있었다 한들 레위인이 시체를 토막내는 것은 잔혹한 행위로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일입니다.

3절을 보십시오. 이스라엘이 총회가 미스바에서 열렸다는 소식을 듣고도 베냐민 자손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레위인이 토막 난 시체를 베냐민 지파에게는 보내지 않았을 수도 있고, 아니면 토막 난 시체를 받고도 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잘못을 한 기브아 도시가 베냐민 지파에 속해 있었기에 베냐민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고 죄인을 처벌하고 다른 지파들과 화해를 도모해야 했습니다만, 베냐민 지파는 가만히 총회의 결정이 어떻게 될지 사태의 추이만 살피고 있습니다. 진실은 불편해도 대면할 줄 알아야 합니다. 잘못한 것을 인정하는 것이 손해를 보는 일이라도, 하나님의 백성은 정직하게 죄악과 잘못을 인정하고, 모든 일에 공정해야 하며,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평화를 도모해야 합니다. 베냐민은 사태를 관망함으로써 기브아의 불량배들을 감싸주는 꼴이 되었습니다. 관계의 문제는 시간을 오래 끌수록 풀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내가 잘못한 것이 있음을 발견했을 때 먼저 상대방에게 찾아가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지혜입니다. 베냐민은 기브아의 불량배들의 잘못에 대하여 정직하지 못했고, 공정하게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그들은 민족 전체가 사라질 뻔한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사사기 19장을 보면 한 가정의 불화로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레위인과 그의 첩 사이에 있는 갈등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불화가 사사기 20장에 와서 이스라엘의 내전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스라엘이 내전을 겪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레위 사람의 잔혹하고 거짓된 성품이 가장 큰 역할을 차지합니다. 레위인 한 사람의 행동이 이스라엘 백성 전체에 영향을 주는 사건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 세상에 작은 죄는 없습니다. 개인의 삶도 공동체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개인의 보복이나 이기심을 채우기 위한 삶은 공동체를 무너뜨립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죽이는 삶이 아니라 살리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한 사람의 거룩한 삶이 가정과 교회 그리고 우리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기억하며, 우리들의 정직하고 공정한 삶을 통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풍성한 생명의 빛으로 인도함을 받는 복된 삶이 되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