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드온이 300명을 데리고 미디안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자, 이스라엘 백성들은 기드온이 왕의 자리에 오를 것을 제안합니다. 그가 이스라엘을 미디안의 압제에서 구원했으니 그에게 왕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여겨졌고, 그에게 기꺼이 충성을 바치려 한 것이죠. 그러나 기드온은 자신이 이스라엘의 왕이 되기를 거절합니다. 그는 오직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다스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드온은 이스라엘을 미디안의 손에서 구원하신 분은 하나님이시며 그 자신과 후손들도 이스라엘을 다스리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기드온이 참 괜찮은 사람 같아 보입니다. 그러나 그는 말로만 왕의 자리만 거부했을 뿐, 실상 이스라엘의 왕인 것처럼 살았습니다. 왕관만 없지 왕이나 다름 없이 행동했습니다. 먼저 왕이 백성들에게 세금을 거두어 가듯이, 기드온은 이스라엘 백성이 미디안과의 전쟁에서 탈취한 금 귀걸이를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미디안 사람들은 유목민들입니다. 동전이나 화폐가 없던 시대이기에 매매를 하기 위해서는 값진 물건을 소유하고 다녀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금귀걸이를 착용하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기드온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이들이 전리품으로 빼앗은 금 귀걸이를 요구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기드온을 왕이 되어 달라고 요구할 정도로 그를 따르고 있었음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그가 요청한 금귀걸이를 주었습니다. 26절 말씀을 보면 기드온이 백성에게 받은 금의 양이 총 1700세겔입니다. 오늘날 무게로 환산하면 약 19kg정도 됩니다. 또 여기 26절에 보면 그가 다른 패물들과 미디안 왕들이 입던 자색 의복까지 받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고대 사회에서 자줏빛으로 염색된 옷은 매우 값비싼 고급 의복으로써 왕이나 귀족들만 입을 수 있는 특별한 옷이었습니다. 겉으로는 왕이 되지 않겠다고 말은 했으나 속으로는이미 왕처럼 행동한 것이죠.
기드온은 백성들이 준 금을 가지고 에봇을 만들었습니다. 에봇은 본래 대제사장이 입는 긴 조끼 형태의 의복입니다. 에봇은 대제사장이 하나님 앞에 제사드리러 나아가 때와 또한 그가 하나님의 뜻을 여쭈어 볼 때 입었습니다. 에봇은 대제사장만이 입을 수 있는 옷입니다. 오직 대제사장만이 에봇을 입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 주님의 뜻을 물을 수 있고, 하나님과 백성 사이를 중개할 수 있습니다. 기드온은 대제사장도 아니고 레위인도 아닌 므나세 지파 사람입니다. 그에게는 에봇을 제작할 자격도, 에봇을 입을 자격도 없습니다. 27절을 보면 그는 에봇을 만들어 종교 중심지인 실로에 갔다 두지 아니하고, 자신의 거주지인 ‘오브라’에 두었습니다. 기드온이 에봇을 만들었다는 것은 그가 하나님의 율법을 어기고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을 자신에게로 향하게 만드는 교묘한 술수를 쓰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이스라엘 백성들은 기드온이 만든 금 에봇을 우상처럼 섬겼습니다. 27절 말씀을 보면 온 이스라엘 백성이 그것을 ‘음란하게 위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남편을 버리고 다른 남자와 불륜 관계를 맺은 부정하고 음탕한 여인처럼, 이스라엘이 여호와 하나님을 버리고 에봇을 우상처럼 숭배하는 영적 간음죄를 범하였음을 가르쳐줍니다.
29절을 보면 기드온이 많은 아내들을 두었음을 보게 됩니다. 그가 가나안의 문화에 완전히 빠져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사사기에 나오는 사사들의 모습은 뒤로 갈수록 사사가 될 자격이 없어 보입니다. 사실 이러한 모습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영적 상태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31절을 보면 기드온의 첩이 낳은 아들의 이름이 나옵니다. 그의 이름이 ‘아비멜렉’입니다. 번역하면 “내 아버지는 왕이다”입니다. 기드온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자신은 왕이 아니고, 여호와 하나님만이 왕이라고 고백했습니다. 그러나 기드온의 실상을 보면 그가 왕인 것처럼 행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백성에게 세금을 거두고, 왕복을 입고, 에봇을 세워두고, 많은 첩을 두고, 심지어 그의 아들 이름을 “내 아버지가 왕이다”라고 지은 일 등 기드온은 사사로서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을 하나님께로 이끌지 못했고, 오히려 자신이 금으로 만든 에봇에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기드온이 하나님을 섬기지 못하였고, 오히려 자신의 탐욕을 따라 살았다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는 이스라엘 백성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기드온이 살아 있을 때는 여호와 하나님을 따르는 것처럼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들의 욕망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임시방편이었습니다. 기드온이 죽자 이스라엘 백성들은 곧바로 바알 우상에게로 돌아섰습니다. 그들을 미디안의 압제에서 건져주신 여호와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지 아니하고 곧바로 우상을 섬겼습니다. 하나님에 대해서 불성실한 이들은 기드온을 따르는 일에도 불성실했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은 기드온이 용감하게 목숨을 걸고 나가서 싸운 은혜도 잊어버렸습니다. 한 때는 기드온과 그 자녀들을 왕으로 삼으려 했으나 더 이상 기드온의 가문을 후대하지도 않았습니다. 의리와 신의를 저버리고 배신한 것이죠. 사사기의 저자는 이스라엘이 얼마나 배은망덕하고 어리석은 민족인가를 보여줍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섬기는 이유는 우리의 욕망 때문입니까? 아니면 진정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입니까? 자신의 욕망을 위해 하나님을 섬기려는 사람은, 그 욕망이 채워지지 아니하면 언제라도 하나님을 배신하고 떠날 것입니다. 탐심과 욕망을 내려놓지 따라가는 자는 이스라엘 백성들과 같이 결국 하나님을 버리고 우상을 따라 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