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3 놋 물두멍 (출애굽기 30장 17~21절)

우리가 물을 담아서 쓰는 둥글고 넓적한 그릇을 ‘대야’라고 부릅니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제작하라고 명령하신 ‘물두멍’은 쉽게 생각하면 놋으로 만든 커다란 ‘대야’입니다. 물두멍은 제단과 회막 사이에 두었고, 그 안에 물을 채워 두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제사장들이 물두멍의 물로 그들의 수족을 씻으라고 명령하셨습니다.

특별히 제사장이 놋 물두멍에서 손발을 씻는 것은 두 가지 경우가 있었습니다. 첫째로 제사장들이 성소에 들어가는 경우입니다. 20절 말씀을 보면, 제사장이 성소에 들어가려면, 먼저 손과 발을 씻어야 했습니다. 제사장들이 성소에 들어간다는 것은 주로 순서상 회막뜰에 있는 제단에서 제사를 드린 다음입니다. 따라서 그들의 손과 발에는 희생제물을 드리며 묻은 짐승의 피나 그 밖의 오물이 남아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나님은 제사장이 물두멍에서 그의 더러운 손과 발을 씻지 않으면 회막에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회막은 하나님을 만나는 곳입니다. 하나님을 뵈러 가는데 어찌 더러운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겠습니까? 이는 우리의 삶도 동일합니다. 어찌 더러운 죄악을 품고, 거룩하신 하나님을 만나러 갈 수 있겠습니다. 먼저 회개를 통하여 우리의 더러워진 영혼을 깨끗케 한 이후에야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제사장이 회막에 들어가는 오늘날 우리가 예배하러 가는 것과 같습니다. 하나님은 죄악으로 가득 찬 영혼이 드리는 예배는 기뻐하지 않으십니다. 그러나 눈물로 자신의 죄를 진심으로 자복하며 예배 드리는 자들은 하나님께서 불쌍히 여기십니다.

한 번 이런 장면을 상상해 보십시오. 바람난 아내의 외도로 심각한 부부싸움을 한 남편과 아내가 있습니다. 남편은 아내의 ‘미안하다’ 한 마디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미안해 하기는커녕 그저 남편 옷 빨래하고, 밥해줍니다. 어느 남편인 지금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바람난 아내가 밥해주고 빨래해준다고 좋아하겠습니까? ‘그래… 비록 내 아내가 바람은 피지만,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네’ 이렇게 생각하는 남편이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비록 아내가 ‘사랑해’ 백 번 천 번 말해도, 다른 남자와 바람 피운 것에 남편과 아내 서로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한, 남편에게는 아내의 그 무엇도 기쁨이 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죄악을 가지고 있는 것은 하나님 보실 때 최고로 불편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거룩하시기 때문에 죄악을 싫어하시기 때문입니다. 그와 같이 죄악이 하나님께 불쾌감을 준다는 사실을 다 알고도, 죄는 회개할 마음은 없고, 다만 열심히 뛰며 찬양하고, 예배 드린다면 어찌 하나님이 좋아하시겠습니까? 하나님은 죄악을 먼저 씻고 오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께 예배 드리는 자는 반드시 그의 죄악을 회개해야 합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회막에 들어가는 제사장들이 반드시 손과 발을 물로 씻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둘째로 제사장은 제단에 가까이 가서 그의 직분을 행하여 여호와 앞에 화제를 드릴 때도 손과 발을 씻어야 했습니다. 20절을 보니 “그 직분을 행하여”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이는 여호와를 섬기는 직분을 가진 제사장이 ‘봉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은 주님을 위해 ‘봉사’할 때 먼저 물두멍에서 손과 발을 씻으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도로가 정비된 도시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흙먼지가 날리는 광야에 살고 있습니다. 따라서 제단에서 화제를 드리기 전 손과 발에 묻은 흙먼지를 깨끗이 씻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교회 봉사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더러운 죄악을 삶 속에서 끊지 못하고, 주님의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하나님을 모욕하는 것입니다.

특별히 20절 말씀을 보면, 회막에 들어갈 때라고 하셨는데, 이는 상번제를 드리는 제사장의 의무상 하루에 최소 두 번, 아침과 저녁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그러니까 제사장들은 하루를 시작하면서도 놋 물두멍에서 손과 발을 씻었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에도 놋 물두멍에서 손과 발을 씻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아침에 지난 하루 우리가 죄를 지은 것은 없는지 살펴보며 회개하고, 저녁에는 오늘 하루 우리가 지은 죄는 없는지 하나님께 회개해야 합니다. 세상에 회개하는 일을 즐거워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리스도인들에게 회개는 매우 귀찮고, 또 불필요해 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날마다 짓는 죄악들에 대한 회개가 없는 그리스도인은 아주 치명적인 영적 상태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만일 제사장들이 놋 물두멍에서 손발을 씻지 않으면 어떻게 됩니까? 21절 봅시다. “이와 같이 그들이 그 수족을 씻어 죽기를 면할지니…” 만일 제사장이 손과 발을 씻지 않고 주를 섬긴 결과는 죽음입니다. 하나님께 벌을 받고 죽게 됩니다. 물두멍에서 손발을 씻느냐 씻지 않느냐는 매우 중요한 주제였습니다. 제사장에게 있어서는 삶과 죽음의 문제였습니다. 회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입니다. 죄악을 떠나 회개한 영혼은 하나님 앞에서 생명을 누리며 살아가겠으나, 죄악을 품고 완악한 태도로 살아가는 영혼은 하나님께 벌을 받아 죽음과 지옥의 고통을 겪게 될 것입니다. 21절 말씀에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죽음을 면할 수 있도록’ 손발을 반드시 씻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구원받은 그리스도인은 십자가에서 흘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보배로운 피로 말미암아 모든 죄가 씻음 받았습니다. 그러나 거듭난 그리스도인들도 여전히 죄를 짓고 살아갑니다. 우리는 매일 알게 모르게 죄를 짓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도인들도 회개가 필요합니다. 마치 우리가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하다가 오면 우리 손이 알게 모르게 더러워져 있기에, 우리가 집에 오면 꼭 손을 씻듯이, 우리의 더러워진 영혼도 씻어내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들도 매일 우리의 영혼을 더러운 죄악으로부터 씻어내는 회개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