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29 다민족 다계층 공동체 (로마서 16장 1-16절)

 

 

바울은 한 번도 로마 교회에 가 본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가 다른 주요 도시 예컨대, 예루살렘, 안디옥, 빌립보, 고린도, 에베소와 같은 도시에서 사역하는 동안 바울은 로마 교회의 성도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로마서의 마지막 장인 16장에서는 바울이 이러한 지인들을 로마에서 만나보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가장 먼저 본문은 겐그레아 교회의 일꾼으로 있는 자매 뵈뵈를 추천하는 글로 시작합니다. 뵈뵈라는 이름의 여성도가 겐그레아라는 지역에 세워진 교회에서 봉사와 섬김의 삶을 살았음을 우리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겐그레아 지역은 고린도에서 동쪽으로 약 6마일 정도 떨어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지역입니다. 바울이 고린도에서 사역할 때 겐그레아 지역까지 복음이 전파되며 세워진 교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바울은 자신이 로마에 가기 전 바로 이 겐그레아 교회이 뵈뵈가 먼저 로마에 갈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에 신학자들은 아마도 뵈뵈가 사도 바울이 쓴 이 로마서 편지를 가지고 로마에 갔을 거라고 추측합니다.

2절을 보면 바울은 뵈뵈가 바울 자신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을 보호해주었던 자라고 소개하며, 그녀가 로마에 도착하거든 그녀의 필요한 것들을 도와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오늘날에야 인터넷이 있으니까 정보가 많아 새로운 지역에 가서 정착하는 것이 비교적 쉽습니다만, 옛날에는 새로운 도시에 가서 지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에 바울은 뵈뵈가 로마에 도착하면 친절하게 그녀를 맞이해줄 것을 로마 교회에 부탁했습니다. 이처럼 한 때는 사도 바울과 여러 성도들을 돕고 살던 뵈뵈가 또 다른 성도들의 도움을 받게 되는 모습을 보며, 우리 성도들은 그리스도 안에서의 한 몸, 한 지체된 자들로 서로 끊임없이 도움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자들임을 알게 됩니다.

3절에 바울은 그의 동역자인 브리스가와 아굴라 부부에 대해서 언급합니다. 본래 이 부부는 로마에서 살았습니다만 주후 약 49년 즈음 클라우디아 황제에 의해 추방되어 고린도로 이사 오게 되었습니다. 때마침 고린도에 2차 선교 여행을 온 바울을 만나게 되어 그들은 함께 동역하게 됩니다. 이들이 바울을 얼마나 열심히 도왔는지, 바울이 고린도를 떠나 에베소에 가게 될 때 이 부부는 바울을 따라갔습니다. 에베소에서도 두 부부는 바울의 사역을 열심으로 도왔습니다. 얼마나 열심으로 섬겼는지, 4절 말씀을 보니 “그들은 내 목숨을 위하여 자기들의 목까지도 내놓았다”라고 사도 바울이 표현했습니다. 사도 바울이 하나님의 일을 하도록 돕기 위하여 자신들의 목숨까지 걸었다는 겁니다. 바울은 복음을 전파하는 동안 무수히 많은 핍박을 받았고, 수많은 죽을 위기도 직면해야 했습니다. 브리스가와 아굴라 부부가 이 때 바울을 건지기 위해 수차례 노력했을 것임을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바울은 자신 뿐만 아니라 이방인의 모든 교회들이 두 부부에게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5절에 초대 교회의 독특한 상황을 볼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또 저의 집에 있는 교회에도 문안하라” 초대 교회는 오늘날처럼 교회 건물이 따로 있지 않았습니다. 초대 교회 성도들은 가정에서 모였습니다. 브리스가와 아굴라의 가정이 에베소 성도들이 모이는 처소가 되었습니다. 당시 초대 교회에는 가난한 자들, 병든 자들, 굶주린 자들, 이방인들, 나그네들이 많이 왔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브리스가와 아굴라 부부가 얼마나 큰 헌신으로 신앙생활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6절을 보면 “너희를 위하여 많이 수고한 마리아에게 문안하라”고 바울이 권면합니다. 우리가 마리아라는 성도가 로마 교회를 위해 어떤 수고를 했는지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바울은 멀리 떨어진 로마 교회를 위해서 부지런히 열심으로 섬긴 마리아의 헌신을 로마 교회가 알기를 원했습니다. 계속해서 바울은 자신과 함께 그리스도 예수를 섬기고, 복음을 전파하고, 교회를 세우고, 성도들을 섬긴 이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그들에게 문안하라고 권면합니다.

자, 7절을 보면 사도 바울의 친척인 안드로니고와 유니아가 등장합니다. 아마도 이 두 사람은 부부였을 겁니다. 사도 바울의 친척이니 바울과 같은 베냐민 지파 출신의 유대인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8절에 등장하는 암블리아, 9절의 우르바노, 스다구는 다 로마식 이름입니다. 10절의 아벨레는 유대인 이름입니다. 이처럼 사도 바울은 교회 안에 있는 다양한 민족성을 보여 줍니다. 10절에 나오는 ‘아리스도불로’는 헤롯 왕족과 관계가 있는 사람입니다. 13절에 보면 주 안에서 택하심을 입은 ‘루포와 그의 어머니’가 등장합니다. 이 사람들이 누구냐 하면, 복음서를 보면 예수님 대신해서 십자가를 짊어진 구레네 사람 시몬 있죠? 그의 아들이 루포 입니다. 예수님과 아무런 상관이 없던 그가 로마 병사의 명령으로 어쩔 수 없이 억지로 십자가를 끌고 갔는데, 나중에 그의 온 가정이 구원 받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성경 학자들 중에는 이 구레네 시몬이 아프리카 흑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이것이 맞다면, 초대 교회 안에서는 백인, 흑인을 가리지 않고 인종을 초월한 공동체가 존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로마서 16장에서 사도 바울이 언급하고 있는 명단은 총 26명입니다. 놀라운 사실은 이 명단에는 로마인, 그리스인, 유대인, 이방인, 남자, 여자, 감옥에 갇혀 있는 죄수, 저명한 로마 시민 등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을 예배하고, 그리스도 예수를 구원자로 고백하는 교회는 모든 문화적, 사회적 경계선을 초월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로마서 16장을 통해 초대 교회가 왕족, 귀족, 평민, 노예가 모두 함께 모여 예수 그리스도를 예배하는 공동체였고, 부자와 가난한 자, 빚진 자들이 함께 모여 예배하는 공동체가 교회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지금도 교회 안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주님 안에서 아름다운 한 몸이 되도록 서로를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며, 서로가 서로를 섬기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교회 되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