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03 고통의 순간에 찾아오시는 하나님 (2) (창세기 28장 10-15절)

야곱은 지금 광야에 머물러 있습니다. 주변에 사람 하나 없고, 집 한 채 보이지 않는, 사방이 황무지인 광야에 야곱은 머물고 있습니다. 잠잘 곳이 마땅치 않아 돌을 베개 삼아, 땅을 침대 삼아, 하늘을 이불 삼아 누어 있습니다. 이 순간 야곱이 가장 보고 싶었던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아마 그의 어머니 리브가 였을 것입니다. 씩씩한 20대 청년들도 군대 가면 보고픈 어머니 생각에 누구나 한 번 즈음은 남몰래 눈물을 흘리기 마련 입니다. 야곱도 보고픈 엄마 얼굴 생각하며 눈물이 또르르 흐르는 거죠.
그의 어머니 리브가는 막내 아들 야곱에게 가장 좋은 친구였고 또 야곱이 가장 의지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야곱은 평생 엄마 리브가의 치마 폭에서 지내던 내성적인 아들이었어요. 야곱은 그 동안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만 살아왔습니다. 사실 형이 사냥을 나간 뒤 형 에서인 척 하고 아버지 이삭을 속이라는 아이디어를 야곱에게 심어준 사람이 리브가 입니다. 이삭에게 줄 별미를 만들어 야곱에게 준 것도 어머니 리브가요, 맏아들 에서의 좋은 의복을 취하여 작은 아들 야곱에게 입히고 형처럼 꾸며 준 사람도 야곱의 어머니 리브가였습니다. 그러니 만일 야곱이 브엘세바에 머물러 있었다면 어머니 치마 폭에서 몸은 자라도 그의 삶은 어머니만 의지하는 어린 아이로 남아 있었을 것입니다.
왜 하나님은 그를 광야로 이끄셨을까요? 우리의 삶을 가만히 보면 때로는 하나님께서 우리가 의지하는 사람들을 우리 삶 밖으로 멀리 떨어뜨려 놓으실 때가 있습니다. 사랑하고 의지하는 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나기도 하고요, 피치 못할 상황으로 인해 멀리 지내기도 합니다. 왜 하나님은 우리의 삶에 그런 가슴 아픈 이별과 고독을 경험하게 하실까요?
제가 신학교 시절 알고 지낸 한 목사님은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늘 자기 아버지에게 전화 해서 아버지와 논의 합니다. 아버지의 연륜에서 묻어나는 경험과 지혜를 의지하는 거죠. 그런데 그 아버지가 이 목사님 20대 대학생 때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몸이 아픈 어머니와 아직 어린 동생은 자기만 바라보죠. 20대 초반에 가장이 되었어요. 아버지가 않 계시니까 무슨 일이 생겨도, 어디 가서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지 막막한 거에요. “이럴 때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전화해서 아버지께 조언을 구했을탠데…” 아버지의 빈자리가 너무나도 크게 느껴지는 거에요. 그래서 처음에는 아버지 생각하며 많이 울었어요. 그런데 그 때부터 이 분의 삶이 달라졌어요. 자기 주변에 의지하고 물어볼 사람이 없죠, 그러니까 무슨 일만 생기면 기도부터 하는 거에요. 학비가 없으면 무릎 꿇고 철야하는 거에요. 생활비가 없으면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기도원 가는 거에요. 그러면서 사람이 완전히 딴 사람이 되었어요. 이제 진짜 누군가를 기대지 않고 홀로 서는 어른이 된 거죠.
야곱에게도 바로 이러한 시간이 필요했던 거에요. 그는 평생 엄마 리브가 치마 폭에서 살았습니다. 만일 그가 이대로 머물러 있었다면 그는 정서적으로 어른이 되지 못했을 거에요. 또한 영적으로 하나님을 그렇게 간절히 찾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야곱을 의지할 사람이 없는 광야로 보내셨어요. 하나님은 그 홀로 외롭게 있는 야곱의 자아를 깨트리시고, 그를 강하게 훈련하셨습니다. 사람을 의지하지 아니하고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고 살도록 그를 훈련하셨어요.
때로는 우리가 의지했던 사람들을 떠나는 것이 도리어 축복일 수도 있어요. 아니 더 정확하게 이이기 하면 내가 하나님보다 더 의지하는 사람은 없어야 합니다. 모세가 살아 있는 한 여호수아는 모세의 시종일 뿐이었어요. 그러나 모세가 여호수아 곁을 떠나자 여호수아는 하나님의 종이 되고 이스라엘 민족의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억지로 사람들과 이별을 하고, 이별이 좋은 것이라 절대화해서는 안 됩니다. 균형을 잘 잡아야 합니다. 사람을 의지하지 아니하고,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고 하나님께만 깊이 뿌리를 내리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야곱이 리브가를 떠나는 날이 바로 어린 아이에서 어른으로 발돋움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13절 말씀을 보십시오. “(창 28:13) 또 본즉 여호와께서 그 위에 서서 가라사대 나는 여호와니 너의 조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라 너 누운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 여태까지 하나님은 누구의 하나님이셨어요? 야곱의 조부 아브라함의 하나님, 그의 아버지 이삭의 하나님이셨어요. 그러나 창세기 28장부터 놀라운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제 하나님은 누구의 하나님이 되세요? ‘야곱의 하나님’이 되십니다. 왜 하나님은 야곱의 삶을 광야로 인도하셨습니까? 부모의 신앙만으로는 안 되거든요. 오늘날로 말하면 모태신앙이라고 다 되는게 아니거든요. 아버지가 장로고, 어머니가 권사여도 내 믿음은 또 다른 거에요. 또 배우자의 신앙만으로는 안 되거든요. 내 남편 혹은 내 아내가 아무리 신앙이 좋아도, 그것만으로는 안 되거든요. 누구의 하나님이 되야 합니까? 나의 하나님이되야 합니다.
오늘 야곱이 이 하나님을 만나게 됩니다. 여태까지 여호와 하나님은 그의 할아버지의 하나님이였고, 그의 아버지의 하나님이였지 그의 하나님은 아니었어요. 그러나 그의 인생에서 가장 춥고 배고프고 가난한 이 광야를 통과하며 만난 하나님은 이제 야곱의 하나님이 되어 주십니다. 이제 더 이상 이삭의 하나님, 리브가의 하나님이 아니었어요. 그는 야곱의 하나님을 만나게 된 것 입니다.
어제 새벽에 제가 말씀 드린 것 기억나십니까? 모든 문은 닫혀도 무슨 문은 열려 있다고요? 하늘 문은 열려 있습니다. 어쩌면 인간은 모든 문이 닫히기 전까지는 하늘 문을 잘 찾지 않는 거 같아요.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가 하나님을 간절히 찾을 수 밖에 없는 광야로 우리의 삶을 인도하시기도 합니다. 믿음으로 눈을 가지고 오늘 본문을 보면 야곱의 삶에 광야를 허락하신 분은 하나님이세요. 왜 그렇습니까? 하나님은 그 누구보다 야곱을 만나고 싶어 하셨거든요.
하나님은 야곱의 서 있는 자리를 알고 계셨어요. 하나님은 야곱이 가진 쓰라린 고통을 아셨고요. 그가 가진 불안함, 또 그의 가슴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두려움도 알고 계셨어요. 하나님께서 우리의 고통, 우리의 불안, 우리의 두려움, 우리의 슬픔을 알고 계세요. 하나님은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누구보다 더 잘 알고 계시고, 우리의 아픔을 공감하고 계세요. 그래서 우리를 홀로 버려두지 않으시고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의 삶에 찾아오고 계십니다. 하나님은 뜨거운 사랑을 가지고 야곱을 추적해 오셨어요. 지금 이 시간에도 하나님은 우리의 삶 가운데로 찾아오고 계십니다.
놀라운 사실은요, 우리가 지금 머물고 있는 곳이 아무것도 없는 광야라 할지라도요, 하나님을 만나는 순간 이 광야도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공간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에요. 상황은 변화한 것이 없어요. 하나님을 만난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환경이 다 달라지는 것도 아니에요 내 인생의 문제가 당장 해결 되는 것도 아니에요. 그러나 내 영혼이 하나님을 만나고 변화하면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이전에는 이해되지 않았던 삶의 고통과 아픔들이 해석되어지기 시작 합니다. “아, 하나님께서 그래서 나에게 이런 시간을 허락하셨구나…”, “나는 그 때는 잘 몰랐는데 하나님께서 그런 특별한 이유가 있으셨구나…” 하나님을 만나게 되면 인생 가운데 고난의 의미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만나면 광야도 놀라운 축복의 공간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저를 한 번 따라해 보시겠어요? “믿음이란, 하나님의 눈으로 우리의 삶을 해석하는 것이다.” 믿음은 뭐에요? 우리 삶을 해석하는 능력이에요. 가족을 떠나고 집을 떠난 야곱은 너무 힘들었어요. 잠들 때만 해도 자기의 신세가 처량해 왈칵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참으며 잠이 들었어요. 그러나 그가 광야에서 하나님을 만나게 되자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아, 내가 서 있는 이곳은 광야가 아니구나? 나는 여태까지 나 홀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구나, 내 삶에는 늘 하나님께서 함께하고 계셨구나?” 믿음은 뭐에요? 하나님의 눈으로 우리의 삶을 해석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믿음을 가지십시오. 하나님께서 여러분의 삶을 바라보시는 그 눈으로 우리의 삶을 해석해 가십시오. “높은 산이 거친 들이, 초막이나 궁궐이나 내 주 예수 모신 곳이 그 어디나 하늘 나라” 찬양의 가사처럼 하나님을 만나면 황지와 같은 광야도 아름다운 화원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면 광야 같은 우리의 삶도 놀라운 축복의 현장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올 한해 지금도 놀라운 사랑으로 우리를 찾아오시는 하나님을 붙들고, 믿음의 눈으로 우리 삶을 해석해 가며 주님과 동행하실 수 있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