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20 전적으로 의지하는 믿음 (마가복음 10장 13-16절)


자녀의 군 입대를 앞두고 있거나, 타주로 공부하기 위해 떠나야 하는 자녀들을 둔 성도님들께서 저를 찾아와 기도를 부탁하는 일들이 종종 있습니다. 앞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자녀의 인생에 하나님께서 크신 복을 주시고 저들의 몸과 영혼을 하나님께서 보호해 주시기를 함께 기도합니다. 이와 비슷하게 유대인들은 회당에서 말씀을 가르치는 랍비들을 찾아가 자녀들을 위한 축복 기도를 받았습니다. 따라서 예수님께서 권위 있는 말씀으로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병자들을 고치시자, 그를 위대한 랍비로 여긴 많은 이들이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예수님 앞에 나아왔습니다. 부모들은 예수님께서 자녀들에게 직접 손을 얹고 축복 기도해 주시기를 바랬습니다. 옆 집 사는 아무개가 예수님께 기도를 받고 왔다더라… 소문이 나니까 시간이 갈수록 기도 받으려고 찾아오는 자녀와 그들의 부모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예수님께서 말씀을 가르치신 후 쉬는 시간에도 쉬지 못하시고 계속해서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신 장면들을 우리는 쉽게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제자들은 예수님께 나아오는 자들을 가로 막았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어린 아이를 축복해 주시는 일 보다도 더 중요한 일들로 바쁘시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그래서 어린 아이들이 예수님께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막았습니다. 오늘날에는 ‘어린이’에 대한 인권의식이 높습디다만, 지금으로부터 2천년 전 시대가 배경이 되는 신약성경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 당시 어린아이는 사회의 일원으로도 여겨지지 않을 만큼 매우 경시 받는 대상이었습니다. 제자들은 어린아이들을 데려오는 부모들을 계속해서 꾸짖었습니다.
제자들은 이 모든 것이 다 그들의 예수님을 섬기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14절을 보십시오. 예수님은 제자들이 어린 아이가 자기에게 오는 것을 막는 것을 보시고 “분히 여기셨습니다.” 제자들을 향하여 예수님께서 ‘분히 여기셨다’ 는 표현은 마가복음에는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말은 ‘화를 내셨다’ 또는 ‘노하셨다’는 뜻도 있습니다만, ‘크게 슬퍼하다’, ‘크게 탄식하다’란 뜻도 있습니다. 왜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보고 크게 탄식 하셨을까요? 그것은 예수님께서 얼마 전에 어린아이에 대한 교훈을 주셨건만 제자들이 또 잊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마가복음 9장 36-37절 보시겠어요? “(막 9:36) 어린 아이 하나를 데려다가 그들 가운데 세우시고 안으시며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막 9:37) 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이런 어린 아이 하나를 영접하면 곧 나를 영접함이요 누구든지 나를 영접하면 나를 영접함이 아니요 나를 보내신 이를 영접함이니라” 이처럼 예수님께서 어린 아이 섬기는 것에 대해서 제자들을 가르치셨건만 제자들은 또 다시 어린아이들을 무시하고 꾸짖고 있는 것이죠. 만일 높은 지위에 앉은 사람이나 값비싼 비단 옷 입은 회당장이 예수님을 찾아왔으면 제자들이 그 사람을 막았을까요? 제자들은 어린아이들이 힘 없고 연약한 존재이기에 그들이 별로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고 은연 중 무시하며 예수님께 오는 것을 막은 것이죠. 14절에서 예수님께서 노하신 것은 신경질적인, 다혈질적인 분노가 아닙니다. 이는 자기에게 오는 어린아이들을 저지하려고 꾸짖고 있는 제자들을 보시면서 그가 느끼신 마음의 괴로움을 나타냅니다. 예수님의 분노는 정의롭고 거룩하고 절제된 분노였습니다.
예수님은 어린 아이와 같이 힘없고 연약한 자들에게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따라서 이들이 예수님께 오는 것을 막는 것은 주님의 뜻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어린아이들이 주님께 오는 것을 “용납하고 금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모든 사람들이 복음 앞에서 평등하고, 또한 존중 받아야 하는 대상임을 직접 보여주고 계셨습니다.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누구라도 예수님 앞에 나아갈 수 있습니다.
14절 후반절을 보면,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향하여 “하나님 나라는 이런 자의 것이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서 ‘이런 자’란 말은 어린 아이들을 가리킵니다. 본문에서 말하는 어린아이들은 12살 이하의 어린이들 그러니까 국민학생 혹은 그 보다 어린 아이들 입니다. 이처럼 아직 미성숙한 어린 아이가 부모를 온전히 의지하고 살아가듯이, 자신을 의지하지 않고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고 살아가는 자가 하나님 나라를 소유하게 됩니다.
제자들은 어린 아이들을 무시하고 예수님께 나아오는 것을 가로막았지만, 예수님은 도리어 천국은 어린아이와 같은 자들의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 나라로의 초대가 은혜로 주어졌을 때 의심하지 않고 어린아이와 같이 순수한 믿음으로 은혜를 받는 자가 천국에 들어갑니다. 15절 말씀을 함께 읽겠습니다. “(막 10:15)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누구든지 하나님의 나라를 어린 아이와 같이 받들지 않는 자는 결단코 들어가지 못하리라 하시고” 어린아이와 같이 전적으로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 없이 살 수 없는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복음은 낮은 곳으로 향합니다. 가난한 자, 병든 자, 억울한 누명을 쓴 자, 힘 없는 자, 의를 위해 핍박 받는 자, 애통하는 자, 온유한 자… 제자들은 연약한 어린 아이들 무시하고 예수님께 나아오는 것을 막았지만, 천국은 어린아이처럼 약하고 낮은 곳에 처한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것과 같이 우리 역시 약하고 낮은 곳에 처한 사람들을 존중하고 그들이야말로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기에 합당함을 인정하며 저들을 섬기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또한 우리 역시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도록 어린 아이와 같이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하나님 나라를 소망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 안에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이 있습니까? 하나님만을 향한 온전한 의지함이 있습니까? 하나님 나라를 향한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믿음과 소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