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기 8장은 제사장 위임식에 관한 내용입니다. 어제 새벽에 우리가 살펴 본 것처럼 아론과 그의 자손들은 제사장이 되기 위하여 가장 먼저 물로 정결하게 씻었습니다. 이는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정결함을 입은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들은 제사장 의복을 입었습니다. 거룩한 일을 하기 위해 구별된 의복을 입은 것이죠. 제사장을 거룩하게 하는 것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성막과 제사장을 거룩하게 구별하시기 위하여 그 위에 관유를 붓도록 하셨습니다. 관유란, 감람유, 즉 오늘날로 말하면 올리브 기름에, 육계, 창포, 계피 등의 향품을 섞어 만든 기름입니다. 관유는 다른 목적을 위해 사용되지 못하고 오직 종교적 의식을 위해서만 특별하게 제조되는 거룩한 기름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통해 이 기름을 성막과 법궤, 분양한, 진설병상, 등대 등 성소와 지성소에 있는 주요 기물들에 바르라고 하셨습니다. 왜 관유를 발랐을까요? 비록 이것들은 사람의 손에 의해서 제작된 것이지만, 하나님 앞에서 거룩한 목적을 위해 사용될 것이므로 관유를 바름으로 이들을 성별 한 것입니다. 즉 관유를 붓는다는 것은 하나님의 소유됨을 나타내며 동시에 하나님을 섬기기 위하여 거룩하게 구별 되었음을 나타냅니다. 따라서 하나님께 제사 드리기 위한 성막과 그 기물들을 구별하기 위해서 관유를 바른 것이죠. 그런데 특별히 11절을 보면 단에는 관유를 일곱 번이나 뿌렸습니다. 번제단은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는 특별한 장소로 하나님께서 예배를 거룩하게 여기시고 계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 이렇게 성막에 기름을 바른 후, 이제 모세는 하나님의 명령대로 관유를 아론과 그의 자손들의 머리에 부어 발랐습니다. 유대 전승에 의하면 대제사장으로 섬기게 되는 아론에게 바른 관유는 머리에 부어 그 기름이 그의 턱수염을 적시고 또한 옷까지 흘러 내리도록 흠뻑 부었다고 합니다. 이는 아론이 하나님의 권위와 사역을 공식적으로 위임 받는 나타내며 동시에 하나님의 성령의 은혜가 충만하게 임하는 것을 상징합니다.
여태까지 제사장 위임식을 위한 순서들을 잠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물두멍에 있는 물로 온 몸을 깨끗하게 씻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직접 지정해 주신 제사장 의복을 입었습니다. 단순히 옷 하나 걸치는 것이 아니라 무려 7가지나 되는 의복들을 속옷부터 겉옷 그리고 머리에 쓰는 관에 이르기까지 다 갖추어 입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거룩하게 하기 위해 머리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이 정도의 의식이면 제사장을 많이 구별한 것 아닐까요? 그러나 하나님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제사장으로 섬길 아론과 그의 자손들을 죄로부터 거룩하게 하시기 위하여 속죄제를 드리도록 명령하셨습니다. 이는 아무리 기름 부음 받은 제사장이라도 죄를 가지고 거룩하신 하나님께 나아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제사장이라도 제사함 없이는 하나님과 더불어 교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하나님은 제사장을 위한 속죄제사를 드리라고 명령하셨습니다. 14절을 보면 제사장을 위한 속죄 제사를 드릴 때 희생 제물을 최고의 짐승인 수송아지를 잡으라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제사장의 범죄를 심각하게 여기시고 또한 그의 죄를 가볍지 않게 여기신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가장 값비싼 수송아지를 제사장을 위한 번제 제물로 잡으라고 하신 것이죠. 이제 제사장은 자신의 죄를 희생 제물에게로 전가시키는 상징적인 의미로 수송아지의 머리에 안수 합니다. 안수 후 제물은 죽임을 당하게 되고 그 피가 제단에 뿌려지게 됨으로써, 제사장 또한 자신이 저지른 죄의 비참한 결과를 깨닫게 되고 겸손하게 죄를 회개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셨습니다.
앞서 기름을 번제단에 일곱 번 뿌린 것처럼 속죄제의 제물의 피를 번제단 중심으로 피를 뿌리는 의식이 이루어졌습니다. 번제는 제사 드리는 곳, 즉 하나님께 예배 드리는 곳을 말합니다. 따라서 하나님은 이를 통해 다시 한 번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는 일이 얼마나 거룩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계십니다. 이 속죄제 제물을 통해 하나님은 번제단의 모든 부정과 오염을 제거하시고, 제사 드리는 제사장의 죄를 모두 제거 하도록 하셨습니다.
16절을 보면 제물로 사용된 수송아지의 ‘내장에 덮인 모든 기름’, ‘간꺼풀’, ‘두 콩팥’, ‘기름’을 단 위에서 불 사릅니다. 여기서 하나님의 번제단에 드려진 기름은 짐승을 살찌게 하는 가장 귀한 부위를 말한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번제단에서 기름을 태우는 모습을 통해 우리가 가진 것의 가장 귀한 것을 하나님께 드린다는 충성과 헌신의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귀한 것만 하나님께 드리고 나머지는 다 내가 갖는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가장 귀한 것을 주님께 드릴 수 있는 것처럼 나머지 모든 것도 주님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17절에 보면 수송아지의 가죽과 고기와 똥은 진 밖에서 불 사르고 있습니다. 이는 훗날 온 인류의 죄를 사하시기 위하여 희생 제물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예루살렘 성 밖에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는 사건에 대한 예표 입니다. 거룩한 제사장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거룩함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가지 위임식 절차들을 통과해야만 했습니다. 눈으로만 보면 제사장이 하는 일이 그 다지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동물 잡아서 죽이고, 각 떠서 제단에 바치는 아주 지극히 평범한 일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봉사와 헌신에 앞서 그들을 거룩하게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셨습니다. 몸을 씻고, 거룩한 옷을 입고, 기름을 바르고, 죄를 사하는 속죄 제사를 드리도록 하셨습니다. 이는 섬김보다 거룩함이 더 앞서야 함을 의미합니다. 거룩하지 않으면 하나님을 올바르게 섬길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의 거룩함을 살펴 봅시다. 사역과 섬김에만 치중한 나머지 거룩함을 잃어버리지는 않았습니까?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는 사라진 채 일만 남아 있지는 않습니까? 하나님께서는 제사장으로 서는 것보다 거룩하게 서 있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셨습니다. 오늘 이 하루 우리의 사역과 섬김에 앞서 먼저 우리 자신의 거룩함을 먼저 살펴볼 수 있는 복된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