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 기드온이 미디안 사람들과 전쟁을 하려고 사람들을 불러 모을 때,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길 수 없는 전쟁이라 여기며 기드온을 돕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많은 이들이 미디안을 두려워하며 숨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기드온이 300 명의 용사들과 함께 미디안 족속을 치고 승리를 거두자, 숨어 있던 이스라엘 사람들은 너도나도 나서서 기드온에게 ‘왜 우리를 부르지 않았느냐?’고 불평했습니다. 이스라엘의 12 지파 중 가장 불평 불만이 많았던 지파는 에브라임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미디안 족속과의 전투에서 자신들이 참전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에 노를 품으며 기드온을 말로 비난했습니다.
기드온의 입장에서 보면 기가 막힌 상황입니다. 거대한 적과 함께 싸우자고 할 때는 다들 집에 숨어 있더니, 그가 승리를 거두고 나니까 이제 와서 왜 자기들을 전쟁에 안 불렀느냐고 불평을 합니다. 만일 기드온이 욱하는 성질을 가진 사람이었다면, 에브라임 지파에게 다음과 같은 거친 말로 대답할 수도 있었습니다. “아니, 내가 나와 함께 목숨을 걸고 미디안 족속에 대항하여 싸우자 할 때는 다들 집에 숨어 있더니, 이제 와서 나를 비난합니까? 당신들은 비겁한 겁쟁이 입니다!”하고 막 쏘아 붙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만일 기드온이 이처럼 에브라임 지파를 비난하듯 꾸짖었다면 이제 막 전쟁을 끝낸 이스라엘은 같은 지파끼리의 내전으로 충분히 이어졌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기드온은 성품이 매우 겸손하고 온유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에브라임 사람들의 불평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이스라엘 내부의 분열 위험을 감지하고 지혜롭게 그들에게 대답했습니다. 2-3절 말씀입니다. “(삿 8:2) 기드온이 그들에게 이르되 나의 이제 행한 일이 너희의 한 것에 비교 되겠느냐 에브라임의 끝물 포도가 아비에셀의 맏물 포도보다 낫지 아니하냐 (삿 8:3) 하나님이 미디안 방백 오렙과 스엡을 너희 손에 붙이셨으니 나의 한 일이 어찌 능히 너희의 한 것에 비교되겠느냐 기드온이 이 말을 하매 그들의 노가 풀리니라” 2절에 보면 ‘끝물 포도’, ‘맡물 포도’라는 말이 나옵니다. ‘끝물 포도’는 ‘맏물 포도’보다 맛이 시고 질도 훨씬 뒤떨어 집니다. 기드온은 자신을 낮추며 에브라임 산지의 ‘끝물 포도’가 자기 고향에서 생산되는 ‘맏물 포도’보다 훨씬 좋다고 치켜 세워주었습니다. 기드온은 하나님께서 에브라임 지파로 하여금 미디안 두 방백을 죽이는 명예로운 전과(戰果)를 올리게 하신 이상, 기드온 자신이 행한 모든 일들은 에브라임이 얻어야 할 명예와 영광에 비하면 하찮은 것들에 블과하다고 표현했습니다.
기드온이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죠 “에브라임 사람들 내 말 좀 들어 보시오. 이 번에 내가 한 일이 당신들이 한 일에 비교나 되겠습니까? 에브라임이 떨어진 포도를 주운 것이 아비에셀이 추수한 것 전부보다 낫지 않습니까? 하나님이 미디안의 우두머리 오렙과 스엡을 당신들의 손에 넘겨 주셨습니다. 그러니 내가 한 일이 어찌 당신들이 한 일에 비교나 되겠습니까?” 그러나 사실 미디안을 무찌른 승리의 명예와 영광은 당연히 사사 기드온이 받아야 마땅합니다. 에브라임 사람들이 미디안 두 방백을 죽였고, 그들의 퇴로를 차단하는 역할을 했지만, 싸움의 전 과정을 리드한 기드온의 업적이야 말로 눈부시게 뛰어난 것입니다.
그러나 기드온은 겸손하고 온유한 성품을 나타내어 그 명예와 영광을 에브라임 지파에게 돌렸습니다. 그가 이렇게 한 까닭은 이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이스라엘 지파들 간의 분열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서로 다투고 분열하여 반목하기 보다는, 차라리 자신을 낮추고 화평을 얻는 쪽을 택한 것입니다. 잠언 15장 1절을 보면 이와 같은 말씀이 있습니다. “유순한 대답은 분노를 쉬게 하여도 과격한 말은 노를 격동 하느니라” 만일 기드온이 에브라임 지파를 향하여 분을 내었다면 더 큰 싸움으로 치달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드온은 겸손하고 온유하게 행동할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이었습니다.
기드온은 계속해서 300명의 용사들과 함께 적군을 추격해 갔습니다. 전날 밤 늦은 시간 횃불을 들고 나팔을 불었고, 밤새도록 쉬지 못하고 전쟁을 이어가고 있으니, 이들은 몹시도 굶주리고 피곤한 상태입니다. 그래도 민족의 원수인 미디안 군대를 남김 없이 쓰러뜨리겠다는 마음으로 추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기드온은 동족 이스라엘의 갓 피자 사람들이 사는 숙곳이란 마을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는 체면을 버리고 숙곳에 사는 이들에게 지금 미디안의 왕들을 추격하고 있으니 먹을 것을 좀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숙곳의 리더들은 기드온과 300 용사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기는커녕 그들을 문전박대 했습니다. “지금 미디안의 지휘관인 세바와 살문나이 지금 당신 손안에 있기라도 합니까? 왜 우리가 당신의 군대에게 빵을 줘야 합니까? 만약 당신을 도와주었다가 당신이 패배하는 날에는 우리들이 더 큰 피해를 볼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당신을 도와줄 수 없습니다.” 이처럼 숙곳 방백들은 기드온의 300명 용사를 무시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드온의 군대가 미디안에게 패할 경우 미디안으로부터 받게 될지 모를 보복을 두려워하여 그들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기드온에게 대답했습니다. 이렇게 기드온을 무시하고 외면한 마을은 숙곳 뿐만이 아닙니다. 브니엘에 사는 사람들도 숙곳 사람들처럼 기드온을 돕지 않았습니다. 지금 기드온과 300 용사들은 이스라엘을 구원하기 위하여 목숨을 걸고 전쟁을 하고 있는데 비해 이들은 동족의 배고픔과 고통을 외면하고 자기의 안위만을 챙기는 매우 이기적이고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앞서 에브라임 지파는 늦게라도 나서서 기드온을 도와 적들과 싸웠건만, 이들은 아예 동족인 기드온을 버린 것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결국 숙곳 사람들과 브누엘에 사는 사람들은 큰 벌을 받게 됩니다. 동족 기드온을 외면하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그들의 성읍은 파괴되고, 주민들은 큰 고통을 당하게 되고, 도시의 방백들은 죽임을 당하게 됩니다. 숙곳과 브누엘 사람들은 세바와 살문나를 두려워했기 때문에 기드온과 함께 싸우기는 커녕 그와 300 용사에게 식량을 제공하는 일조차 거부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기드온을 통해 동족을 돕기를 거절한 자들을 심판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는 한 교회를 섬기는 성도들, 우리의 동역자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습니까? 그들이 어려움에 처하였을 때, 어떻게 행동하고 있습니까? 에브라임 사람들처럼 동료의 위기를 모른 척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혹은 숙곳과 브누엘 사람들처럼 굶주림마저 외면하며,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주 안에서 한 가족이라 부르는 성도들을 동역자이자 형제로 여기고 살아가며, 서로 연합하여 사랑을 베풀며 살아가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