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왼손잡이 입니다.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왼손으로 밥을 먹었습니다. 가위로 종이를 자를 때도 왼손으로 합니다. 그러나 외할머니께서 집에 오시는 날이면 이 모든 것이 다 오른손으로 바뀝니다. 외할머니께서 제가 왼손 쓰는 것을 싫어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외할머니께서 저희 집에서 지내시는 동안에는 꼭 밥을 오른손으로 먹어야만 했습니다. 왼손으로 먹으면 할머니에게 크게 혼이 났던 기억이 납니다. 불과 몇 십년 전만해도 한국에서는 왼손 쓰는 것을 좋지 않게 보던 때가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왼손을 오른손보다 비교적 낮게 여기는 것은 한국뿐 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나라와 민족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사회 현상입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왼손으로 인사하면 상대방에게 큰 모욕 입니다. 유대 사회도 오른손이 왼손보다 더 높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야곱이 훗날 요셉의 두 아들들을 축복할 때 오른 손을 동생인 에브라임의 머리에 얹자, 요셉은 자기 아버지 야곱에게 “아버지 이 아이는 동생이니까 아버지의 오른손을 형인 므낫세에게 얹어 주세요.”하고 부탁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또한 야곱의 막내 아들 이름이 ‘베냐민’입니다. ‘오른손의 아들’이란 뜻입니다. 의역하면 승리의 아들, 권능의 아들과도 같은 리앙스가 있습니다. 성경을 자세히 보면 예수님께서도 하나님 ‘우편’에 계십니다. 성경에서 오른손은 권능의 손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오늘날에야 ‘왼손잡이’하면 창의력도 좋고 예체능에 뛰어난 감각을 지닌 사람들로 인정 받습니다만, 고대 사회만 해도 ‘왼손잡이’란, 사회적으로 큰 차별을 받았습니다. 오늘 본문의 주인공 사사가 바로 왼손잡이 ‘에훗’ 입니다. 한글 성경에는 그가 ‘왼손잡이 사사’라고 번역 되어 있습니다만, 히브리어 원문을 보면 ‘오른손에 장애가 있는 에훗’이란 해석도 가능합니다. 어쩌면 에훗은 한 손이 불편한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한 손을 쓸 수 없다는 것은 얼마나 불편한 일입니까?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점심 시간 때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가 넘어져서 오른팔을 크게 다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 달 정도 기브스를 하고 있는데,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너무 불편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는 것부터 불편합니다. 얼굴에 비누칠 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씻고 나서 옷 입으려고 하면 상의에 있는 단추 잠그는 것도 큰 일입니다. 한달만 한 손을 못써도 이리 불편한데 에훗은 어쩌면 평생 오른손을 사용하지 못했더라면 큰 불편을 앉고 살아간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는 하나님께서 한 손이 불편한 에훗을 기가 막히게 사용하시는 장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때는 모압이 이스라엘을 다스릴 때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죄를 짓고 하나님을 멀리하자, 하나님은 그들을 심판하사 모압으로 이스라엘에 쳐들어오게 하신 것입니다. 전쟁에서 승리한 모압 사람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을 심하게 괴롭히고 갖은 모욕과 고통을 주었습니다. 또한 높은 세금을 내야했고, 값비싼 물품과 농산품들을 모압의 왕에게 해마다 조공으로 바쳐야만 했습니다. 이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큰 부담이었으나, 전쟁에서 패한 이후 모압의 압제 아래 있었기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이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고통 가운데 괴로워하며 하나님께 구원을 요청하며 간절히 부르짖자, 하나님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이 왼손잡이 에훗을 구원자로 보내신 것입니다. 어쩌면 당시 왼손잡이를 천대하던 고대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에훗은 사사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하나님은 오히려 부족한 자를 들어 사용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세상 사람들이 볼 때 연약하고 보잘 것 없어 보여도, 하나님은 오히려 연약한 사람들을 귀하게 사용하십니다.
때마침 모압 왕에게 조공을 바치는 시기가 돌아왔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조공을 보내는 사절 대표로 에훗을 보냈습니다. 고대 왕정 사회에서 왕은 늘 적군으로부터 암살 당할 위험에 노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왕은 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보안을 철통같이 합니다. 누구든지 왕을 알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경비병들로부터 몸에 무기가 있는지 점검을 받아야 합니다. 우리가 공항 들어갈 때 몸에 혹시 총이나 칼 같은 무기가 있는 검문 받는 것과 비슷합니다. 분명 모압 왕을 만나러 갈 때도 이와 같은 검문이 있었을 것입니다. 에훗은 목숨을 각오하고 한 규빗 되는 칼 한 자루를 오른쪽 허벅지 옷 속에 찼습니다. 한 규빗이 어느 정도 되는지 학자 마다 의견이 다릅니다만, 그의 허벅지에 숨길 정도 였으니 비교적 짧은 검이었음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왕을 알현하기 위해서는 경비병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이대로 가다가 칼을 몸에 숨긴 것이 적발되면 변명의 여지 없이 사형 당할 것이 분명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훗은 칼을 숨기고 왕을 만나러 갔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는 몸에 숨긴 칼을 들키지 않은 채 통과하게 됩니다. 많은 성경학자들이 오늘 이 본문을 읽으면서 “어쩌면 에훗이 실제로 오른손에 장애가 있었기 때문에 왕을 지키는 보초병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를 보내 주었다고 봅니다.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분명 보초들의 치명적인 실수일지 모르지만, 성경은 하나님께서 에훗의 이런 약점까지 사용하셔서 이스라엘을 구원하신 것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결국 에훗은 숨겨온 칼로 모압 왕 에글론을 찌르고 이스라엘을 모압의 손에서 구원하게 됩니다. 고대 사회에서 왕은 전쟁터의 지휘자입니다. 따라서 왕을 잃어버린 모압 군사들은 사방팔방으로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이 날 에훗을 앞장서서 전진 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압 군사 일만명을 죽이는 대승을 얻었습니다. 사사 에훗의 승리 이후 이스라엘에는 80년 동안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사사 에훗이 왼손집이라는 것은 그가 사회에서 사람들에게 무시 당하고 차별 받는 등 그의 삶이 어딘가 부족하고 온전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것을 말해 줍니다. 그러나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부족한 자를 들어 사용하십니다.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의 고백처럼 하나님은 “가난한 자를 진토에서 일으키시며 빈핍한 자를 거름더미에서 드사 귀족들과 함께 앉게 하시며 영광의 위를 차지하게 하시는” 분이십니다. 우리 하나님은 부족한 자, 연약한 자를 사용하셔서 강한 자를 치시는 역전의 용사이십니다. 아무리 우리가 세상 사람들 보기에 가진 것 없고, 할 줄 아는 것 없고, 지혜와 지식이 부족하고, 힘과 능력이 없어도,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이 모습 그대로 사용하여 주십니다. 또한 부족하지만, 우리의 가진 것으로 하나님께서는 놀랍게 사용하십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이 부족한 우리들을 쓰실 수 있도록 늘 거룩한 상태로 우리의 영혼을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하나님께서는 부족한 사람을 세우시고, 그의 모습 그대로 사용하십니다. 비록 부족한 인생이지만, 역전의 용사 되시는 하나님께 귀하게 쓰임 받는 복되고 거룩한 삶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