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의 아들 암논은 이스르엘 여인 아히노암이 낳은 다윗의 장자입니다. 다윗에게는 다말이란 딸이 있었는데 그녀는 마아가라는 여인에게서 낳았습니다. 암논과 다말은 이복 남매지간입니다. 암논은 다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다말은 결혼하지 않은 아가씨였기 때문에 바깥출입을 잘 하지 않아, 암논이 그녀에게 접근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암논은 다말에 푹 빠져 상사병에 걸렸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암논의 사촌 형제이자 친구였던 요나답이 간교한 술책을 암논에게 전해줍니다. 아버지 다윗이 암논이 아파 누워 있는 것을 보러 오거든 다윗 왕에게 부탁하여 병든 암논을 간병하도록 다말을 보내달라고 요청하라는 간교한 술책이었습니다. 우리가 불의한 욕망을 갖고 있을 때 요나답처럼 이 욕망을 실행하도록 부추기는 간교하고 악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내 욕망을 채울 수 있는 기가 막힌 방법이 있다고 해서 그 길이 다 옳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요나답처럼 잘못된 욕망의 길로 인도하는 간악한 자들을 멀리해야 합니다.
요나답이 전해준 간교한 꾀를 따라 암논은 다윗에게 다말을 간병인으로 보내 줄 것을 요청했고, 다윗은 별생각 없이 암논의 청을 들어 주었습니다. 다말은 이복오빠인 암논의 간병을 위해서 그의 집에 갔습니다. 암논은 곧 사람들을 물리고 자신의 이복자매인 다말을 강간했습니다.
비록 이복남매 지간이라도 성경은 결혼을 금하고 있습니다. 레위기 18장 9절입니다. “너는 네 자매 곧 네 아버지의 딸이나 네 어머니의 딸이나 집에서나 다른 곳에서 출생하였음을 막론하고 그들의 하체를 범하지 말지니라” 이와 같이 분명하게 하나님의 율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이복남매의 관계의 근친상간을 암논이 범한 것입니다. 15절 말씀을 보면, 암논이 다말을 범한 후, 암논의 심경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제는 다말을 미워하고 증오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암논이 다말을 향해 가진 미움이 이전에 상사병 걸렸을 때보다 더 크다고 했습니다. 이는 무엇을 말해줍니까? 암논이 다말을 향해 가졌던 감정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단순한 욕망이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다말을 향해 차갑게 식어버린 암논은 다말을 집에서 쫓아내 버렸습니다. 암논의 시종들에 의해 쫓겨난 다말은 당시 결혼하지 않은 공주들이 입고 있던 채색옷을 찢어버렸습니다. 그녀는 크게 울며 소리지르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이후 다말은 압살롬의 집에서 처량하게 지냈습니다.
암논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이 자신의 욕정을 따라 살아가게 되면 남는 것은 인간 관계의 파괴입니다. 암논은 이 일로 아버지와의 관계가 파괴되고, 형제들과의 관계가 파괴되고, 자신의 생명도 잃게 됩니다. 암논은 다윗의 장남이었기에 이 일만 아니었으면, 그가 다윗을 이어 왕위를 물려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인해 암논은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또한 그의 이름은 오는 모든 사람에게 어리석은 자라는 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욕정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자는 이처럼 비참한 결과를 맞이하게 됩니다. 원하는 것을 손에 넣으면 만족할 것 같은 마음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암논의 모습은 욕정에 사로 잡힌 이가 결국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망가트리고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오늘 본문 속 나타나는 또 하나의 커다란 문제는 21절에 기록된 다윗의 반응입니다. 다윗 왕은 이 모든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심히 크게 노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다였습니다. 다윗은 이 사건에 대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다윗이 암논의 죄를 덮어준 셈입니다. 성폭력 피해자 다말은 압살롬 집에서 숨어 지내는데, 가해자 암논은 아무런 벌도 받지 아니하고 당당하게 사회생활을 계속해서 이어 나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것을 오늘날 2차 피해라고 말합니다. 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람은 수치와 두려움에 숨어 살고, 성폭력 가해자는 아무일 없는 듯이 거리를 활보하는 이 모습은 정의가 사라진 사회상을 나타냅니다.
왜 다윗은 죄를 범한 암논에 대하여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았을까요? 다윗 자신이 밧세바와 범한 죄로 인해 그가 도덕적 권위를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범죄로 인해 장자 암논의 불의를 보고도 다윗은 그를 책망하지 못했고 징계하지 않았습니다. 다윗은 딸이 강간을 유야무야 아무일 없는 듯 넘어가려 했습니다. 다윗은 자신이 지은 죄로 인해 가정 내 도덕적 권위를 잃었고, 그로 인해 다윗의 가정의 질서는 붕괴되었습니다. 다윗이 암논의 죄를 처리하지 않음으로써 그의 가정에는 강간, 살인, 반역 같은 죄악들이 계속해서 양산됩니다. 이처럼 죄라는 것은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암논은 이스라엘의 왕자로 이미 많은 것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스라엘 차기 왕 후보 1위였습니다. 암논은 힘과 권력 그리고 부귀영화를 다 가진 세상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모든 것을 가진 젊은 왕자였습니다. 그러나 암논이 자신의 욕망을 따라 살아가는 어리석은 자가 되고, 욕망을 채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간악한 자가 되자 결국 그의 인생은 멸망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불의한 욕망을 부추기는 환경을 피하십시오. 또한 다윗처럼 불의한 길을 걸어가는 가족들을 보고도 가만히 있는 것은 결국 우리 스스로도 죄에 가담하는 것과 같습니다. 죄악이 행해지는 것을 보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보는 것도 불의입니다. 암논과 같이 어리석은 자가 되지 않고, 요나답처럼 간사한 자들을 멀리하고, 다윗과 같이 죄를 못 본 척 간과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